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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전쟁?”
“그래. 벌써 국경도 넘었다던데? 그러니 빠르게 복귀하도록.”
“제길! 그걸 왜 이제 말해주는 거야!? 여기랑 국경이 얼마나 가까운지 알면서!”
“미안하네. 그래도 나름 빠르게 알려준 거라고? 그럼 나중에 보자고.”
“제기랄!”
수정구가 어두워지자 마법사는 짜증을 내며 방안에 있던 물품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전쟁. 연구의 필요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영디로 왔다가 갑작스레 죽은 영주를 대신하여 영지를 담당하던 마법사는 국경 근처에 온 것을 후회하며 방안의 물품들을 마법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평민들을 수탈하고 나름 즐거운 나날을 보내며 모은 금화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아쉬운 듯 방안을 서성이던 그는 결심한 듯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관저를 벗어났다. 밖으로 나온 마법사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자기할일들을 하는 이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빠르게 마을 밖으로 향했다.
“자기 운명대로 가는 거지. 이런 무지렁이들이 사는 이유가 뭐야? 우리 엘리트들을 위해서 아니겠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산길을 걷는 마법사. 찝찝함에 뒤를 돌아본 그의 눈에 멀리서도 보이는 먼지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점점 마을과 가까워지는 그 모습에 마법사는 도망치는 것도 잊은 채 이를 바라보고 있었고, 눈으로도 보이는 군대의 모습, 그리고 작게 들려오는 종소리에 머리를 거칠게 휘젓고는 다시 마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군대가 진입한 듯 이곳저곳에서 불길이 오르고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가장 먼저 도망친 듯, 허겁지겁 달려가는 상인들을 발견한 마법사가 그들에게 다가갔고, 자신이 들고 있던 물품을 내주며 반드시 수도의 마탑에 전달하라고 하며 만약, 전달되지 못한다면 평생 마탑의 공적이 된다고 겁을 주었다.
도망치는 이들의 틈을 나아가던 마법사는 넘어진 소녀와 그런 소녀를 내리찍으려 창을 드는 제국군의 모습에 크게 고함을 내질렀다.
“파이어 스피어!”
고함소리에 고개를 들던 제국병사는 동시에 자신의 가슴에 박히는 불의 화살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마법의 등장에 주변의 모든 제국군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고, 마법사는 소녀의 앞에 당당히 서며 외쳤다.
“누구 마음대로 내 노예를 죽이려해!? 이 무지렁이 자식들아!”
분노의 외침을 내뱉은 마법사는 사방으로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고, 그런 그에 놀란 병사들이 도망쳤다. 주변의 병사들이 보이지 않자 마법사는 살짝 지친 듯 한숨을 내쉬고 뒤를 바라보았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를 보곤 짜증이 나는 듯 버럭 소리쳤다.
“뭐하는거냐!? 빨리 꺼져!”
“네..네!”
소녀는 마법사의 고함에 놀란 듯 움찔하더니 바로 일어나 마법사가 달려온 방향으로 향했다. 소녀의 등을 바라보던 마법사는 웅성거리는 소음에 앞을 바라보았고, 자신을 포위하며 다가오는 병사들 그리고 그 뒤의 몇몇 마법사와 기사들의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며 허리에 꽂아둔 완드를 꺼냈다.
“제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구만. 그 손해, 너희 목숨으로 채워야겠다!”
(뒷 이야기)
포난 마을 보고서
인원 : 453명
생존자 : 362명
사망 : 55명
실종 : 36명
특이사항
-어느 이름모를 마법사의 참전으로 마을 주민의 대다수가 도망에 성공함.
-소문에 따르면 작물'우난(빠른 성장과 높은 수확량을 가진 작물)'의 연구자라고 함.
-마탑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하지만, 내부에서는 그가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이가 존재.
-아마 작물의 출처을 주장하고자 이를 무시하는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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