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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 침공.

  갑작스러운 전쟁에 재대로 된 대비를 하지 않은 왕국군을 빠르게 무너져 내렸고, 순식간에 

왕국의 일부가 점령당했다. 적들의 침공에 피해 도망치던 10여명의 병사들은 제국군이 나타나자 숲에 몸을 숨겨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적 부대가 사라지자 하나둘 한숨을 내쉬며 주저앉는 이들.

  제국군의 침공에 무너진 국경선. 그리고 그 전쟁터로부터 도망쳐온 이들로 이루어진 부대

오직 살기 위해 도망친 그들은 적군이 아무리 적은 수가 보여도 그저 숨고 도망치기만 하며 

안전할 것이라 생각되는 수도로 향하고 있었다.

 

  “조금 더 빠르게 가야하려나?”

 

  “제길. , 먹을 게 있다고 이런 숲길까지 오냐?”

 

  하나둘 불만을 내비치면서도 긴장되고 지친 몸을 일으켜 한걸음씩 나아갔다.

 

  “또 어느 마을이 불타고 있는 거 같군.”

 

  적군의 병사들이 지나간 길을 조심스럽게 따라가던 이들은 멀리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고, 애써 덤덤한 척 하며 나아갔다. 연기가 가까워지며 불타는 마을의 

모습이 보이자 병사들은 각자 흩어져 몸을 숨기고 불이 꺼지기를 기다렸다.

  화려하게 피어오르던 불이 사그라들고, 마을에 아무런 기척도 보이지 않자, 그들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마을로 향했다.

 

  “이번 마을은 무언가 얻을 게 있을까?”

 

  “딱딱한 빵 한 조각이라도 땅에서 파낼 수 있다면 좋겠군.”

 

  길을 지나오며 제국군에 전멸당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식량을 해결해온 이들. 제국군의 창칼에 쓰러진 마을사람들을 애써 외면하며 식량과 혹시 모를 돈이 될 물건들을 챙기며 지나왔다.

 

  부스럭-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은 병사들은 순식간에 흩어지더니 불타 무너진 집이나 시체 더미 등, 각자의 방식대로 몸을 숨겼다. 작은 소리가 들리며 나타난 소년의 모습에 병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하나둘 몸을 일으켰고, 소년은 멍한 눈으로 그런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뭐야, 꼬마잖아.”

 

  “하아. 깜짝 놀랐네.”

 

  “....이봐, 저 녀석 봐.”

 

  어린 소년의 기척에 놀라 숨은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 듯, 작게 헛기침을 하며 모습을 드러내던 이들은 소년의 품에 안긴 한 소녀를 보곤 움찔하며 굳었다. 피로 목욕을 한 듯 붉게 물든 옷을 

입고 아무런 미동도 없는 소녀와 그런 소녀를 품에 꼭 안고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소년.

  그에 오싹함을 느낀 병사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소년은 소녀와 자신의 사이 품을 

뒤적이더니 피에 절은 한조각의 빵을 꺼내 병사들에게 건넸다빵을 건네는 소년의 모습에 다들 아무런 반응도 못했고, 소년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빵을 

내민 채 말했다.

 

  “혼내주세요.”

 

  “....?”

 

  “혼내주세요. 우리 엄마랑 아빠, 동생을 괴롭히고 아프게 한 사람들. 혼내주세요.”

 

  “...”

 

  소년의 말에 병사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소년은 그 자세 그대로, 이전과 

달리 분노가 깃든 눈으로 병사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혼내주세요! 나쁜 놈들!”

 

  소리를 치며 한걸음 내딛은 소년은 실이 끊어진 듯 그대로 쓰러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병사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할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한참이 지나 용기를 낸 병사가 소년에게 다가갔고, 고개를 흔들었다.

 

  “죽었어. 꽤나 큰 상처를 입고 있었네, 이 꼬마.”

 

  병사는 소년의 등에 보이는 칼로 베인 큰 상처를 보며 말했고,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여전히 부릅뜬 소년의 눈을 감겨주었고, 그의 말에 다른 이들은 먼 산 바라보듯이 시선을 돌렸다. 소년의 눈을 감겨준 병사는 소년의 손에 들려있는 빵을 힘겹게 꺼내 들었다.

  꽤나 오래된 듯 조금 딱딱한 부분이 있었지만, 피에 젖어서 인지 살짝 말랑말랑한 부분도 

있었다. 빵을 들고 이리저리 바라보던 병사는 여전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 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 먼저 떠나. 난 할 일이 생겨서 말야.”

 

  그렇게 말한 병사는 들고 있던 빵을 조금 뜯어 입에 넣고는 그 비릿한 맛에 얼굴을 찡그리면서 옆에 내려둔 창을 들고 일어났다.

 

  “? 설마 저 꼬마의 부탁을 들어주려는 거냐?”

 

  “.”

 

  그의 대답에 다른 병사는 그를 미친놈 바라보듯이 바라보았다.

 

  “이봐, 아까 전에 그놈들 봤잖아! 거의 3~40명은 되는 수였다고! 게다가 기사로 보이는 녀석도 

1명 있었고! 그런데 그런 놈들에게 덤비겠다고? 너 미쳤냐!?”

 

  “미쳤지.”

 

  병사는 피에 젖은 빵을 다시 조금 뜯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어차피 난 국경이 뚫린 순간 죽었어야했어. 그런데 이렇게 도망 다니고 있잖아? 평소였으면 

미친 짓이나 다름없는 탈영병 상태라고. 그런데... 또 다른 미친 짓이라고 못하겠어?”

 

  여전히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소리치던 병사는 얼굴을 사정없이 

찡그리더니 그에게 다가가 빵을 낚아챘다. 빵을 보며 망설이던 병사는 결심한 듯, 빵을 조금 

뜯어 입에 넣었고 그 비릿함에 한 번에 꿀꺽 삼키곤 혀를 내밀며 싫다는 표현을 했다.

 

  “엄청 비릿하군.”

 

  “뭐 하는거야?”

 

  “네놈 혼자 보낼 거 같아? 그래도 같이 경비도 섰던 동지인데.”

 

  자신을 보며 무어라 하는 병사에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고, 어느새 다가온 

2명의 다른 병사들도 빵을 조금 뜯어 먹으며 말했다.

 

  “.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대? 날 것을 좋아해서 그런가.”

 

  “네놈 입맛이 특이한 거겠지.”

 

  “너희는 또 뭐냐?”

 

  “그래도 일주일동안 같이 도망 다녔잖아? 생사고락을 함께했으니, 이정도면 동료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

 

  “솔직히, 그동안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단 말이지. 일부러 외면하고, 일부러 무시하고, 일부러 모른 척 하고. 그런데, 이 꼬마를 보니깐 그게 폭발해버렸어. 내 머리가 해까닥한거지. 아아! 빨리 싸우고 싶다!

 

  “제국군 녀석들의 피는 이것보다 진하게 비릿했으면 좋겠네. 그러면 더 싫어 질려나?”

 

  “미친 소리도 참 잘한다, 너는.”

 

  “하루 이틀이냐?”

 

  그들을 따라 뒤에 있던 다른 이들도 하나둘 다가와 빵을 뜯어 먹었고, 그들의 모습에 처음 

행동했던 병사는 미친놈들 바라보는 눈으로 하지만 입은 웃으며 말했다.

 

  “단체로 미쳤군. 이 꼬마 사실 마법사 아냐? 단체로 최면이라도 건건가?”

 

  “하하! 그런 거 같은데?”

 

  “이야~ 대단한 마법사셨군!”

 

  병사들은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소리 높여 웃었다. 그동안 가끔 웃을 일이 있어도 웃지 않고 굳어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의 뒤편,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한 병사. 어른이라기엔 아직 어린 티가 확 나는 소년병사. 제국군의 침공에 억지로 군복을 입고 그들을 따라 도망친 소년 병사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의 모습에 한 병사가 남아있던 빵을 한입에 먹고는 말했다.

 

  “이런! 실수로 빵을 다 먹어버렸네?”

 

  “이런! 그러면 어떻게 해? 저 애송이가 먹을게 없잖아!”

 

  “이런! 저 애송이는 소년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는 거잖아!”

 

  “이런! 어쩔 수 없네!”

 

  살짝 어색한 말투로 외친 병사들은 한곳에 뭉치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품을 꺼내 자루에 집어넣었다. 작은 금붙이와 몰래 숨기고 있던 말라비틀어진 육포와 빵조각, 그리고 각자 품에 가지고 있던 소중한 물품과 글을 알고 있는 병사에게 물으며 비뚤비뚤하게 적은 편지들.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자루에 넣은 이들은 소년에게 다가가 자루를 내밀었다.

 

  “! 이거 가지고 수도로 가라!”

 

  “자기 한 몸은 지킬 수 있지?”

 

  “쉬지 않고 가면 2~3일 정도면 도착할거다.”

 

  “아쉽네~ 같이 싸우면 좋았을 탠대, 의뢰비로 받은 빵을 못 먹었으니..”

 

  “의뢰비도 받지 않고 의뢰를 수행할 수는 없지!”

 

  강요하듯 건네는 자루를 받은 소년을 바라보며 병사들은 그의 어깨나 머리를 툭툭 치며 

지나갔다.

 

  “넌 살아남아라.”

 

  “그럼, 그럼. 아직 죽기는 이르잖아?”

 

  “혹시 수도로 가게 되면 우리가 도망친 게 아니라 전투 중에 죽었다고 말하고. 너는 기사의 

명령에 소식을 전하러 달려왔다고 말해. 그러면 적어도 피해는 받지 않을 거야.”

 

  “우리가 한 100명이랑 싸우다가 죽었다고 말해줘!”

 

  “~ 그럼 우리 일당백의 용사들이네!?”

   

  “전쟁 영웅 이구나~”

 

  “하하하하!!”

 

  즐거운 듯 말하는 그들의 모습에 소년 병사는 무어라 말하려고 했지만 입만 움직일 뿐 아무런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어느새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나가던 병사가 

그런 소년의 얼굴을 마구 문지르며 말했다.

 

  “뭘 울고 그래? 우리가 개죽음 당하러 가는 거 같아? 영웅이 되려고 가는 거야! 그리고 너는 

우리를 영웅으로 만들어 줄 증인이지! 꼭 살아남고 오래 살아남아라.”

 

  “우리가 가고 얼마 뒤에 따라오면 혼날 줄 알아?”

 

  “우리보다 먼저 가있는 거 아냐?”

   

  “하하! 재수 없는 소리 하기는!”

 

  멀어져가는 그들의 모습. 소년 병사는 그들의 뒷모습이 사라지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가 

팔로 얼굴을 거칠게 문지르곤 자루를 품에 꼭 안은 채 자신들이 가던, 수도로 향하는 길을 

뛰어갔다.

 

 

 

 

 

  “경비병의 수가 생각보다 적네.”

 

  “, 근처에 있는 마을을 불태웠고 주변에 우리 부대가 않 보이니 그렇겠지.”

 

  제국군의 주둔지가 멀리 보이는 숲 속. 4방향에 2명씩 경계를 서고 다른 병사들은 이미 꿈나라로 향한 듯,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에 병사들은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아 지친 체력을 회복하곤 어느 정도 새벽이 지나가자 두 무리로 나뉘었다.

 

  “화끈하게 불태우고 날뛰라고!”

 

  “네놈들이나 화끈하게 베고 찔러라!”

 

  무리에서 떨어진 6명의 병사들은 제국군의 막사를 빙 돌아 접근했고,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떡이곤 각자 방향을 잡고 적군의 막사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어느 정도 거리까지 접근하자 

병사들은 그대로 속도를 높여 앞으로 달려갔고, 무언가 달려오는 소리에 졸고 있던 경계병은 

졸린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앞까지 접근한 병사가 들고 있던 검으로 제국군을 베었고, 제국군은 그에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쓰러졌다. 제국군이 쓰러지든 말든 관심 없다는 듯 지나친 병사들은 막사 중간마다 있는 횃불을 들어 사방으로 내던졌고, 횃불은 막사위로 떨어지며 불이 붙었다.

  갑작스러운 비명소리에 눈을 뜨던 병사들은 머리 위로 보이는 불길에 놀라 일어나 다급하게 

밖으로 나왔고, 운이 없는 제국군들은 막사를 지나던 병사들에게 공격을 받으며 쓰러졌다

사방에서 달려들긴 했지만, 고작 3~4명으로 이루어졌기에 기습적인 공격을 했지만 그들의 공격에 쓰러진 건 고작 10여명에 지나지 않았고, 막사로 나오다가 그들을 발견한 병사들이 다시 막사로 들어가 각자의 무기만 집어 들고 나와 그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일직선으로 달려와 어느새 다시 뭉친 병사들은 고작 10여분 만이지만 다시 마주한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웃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갑옷을 입지는 않은 제국군이 그들을 포위하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고, 뒤편에서는 일부의 병사들이 불을 소화하거나 불이 붙지 않은 막사에서 갑옷을 입고 나오고 있었다.

 

  “쥐새끼가 숨어들었군.”

 

  그리고 그들의 눈에 은빛 플레이트 메일을 걸친 기사가 일그러진 얼굴로 나타났다. 기분 좋게 

마을 하나를 제거하고 편한 휴식을 취하던 중 일어난 사건에 기사는 기분이 나쁜 듯 중얼거리며 검을 빼들었고, 그의 검에는 푸른색의 마나가 작게 일렁이고 있었다.

 

  “! 하필 기사는 기사인데 각성한 녀석이네?”

 

  “제길. 의뢰비를 너무 적게 받은 거 같은데?”

 

  “어쩔 수 있나. 손해를 감수해야지.”

 

  마나 소드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에는 진한 두려움이 깃들어있었지만 억지로 용기를 내며 

소리치곤 약속이라도 한 듯 뒤편의 제국군에게 달려들어 공격했다. 죽기 살기로 덤비는 그들의 

기세에 제국군 병사들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베어 쓰러졌다.

 

  “뭣들 하는 거야! 빨리 저 쥐새끼들을 잡아!! 죽이라고!!”

 

  기사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제국군이 병사들에게 달려들었고, 병사들도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국군의 주둔지에선 한동안 창칼이 부딪히는 소리와 고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뒷 이야기)

 

  푸른 잔디로 이루어진 벌판.

  어느 나무 아래에서 눈을 뜬 노인은 주변의 관경에 놀란 듯 두리번 거렸다.

 

  “뭐야, 이제야 오는거냐?”

 

  “어른을 기다리게 하다니, 너무 하는 거 아냐?”

 

  “이봐, 겉모습은 이 녀석이 더 높아 보인다고.”

 

  “그러면 뭐해? 애송이는 언제나 애송이라고!”

 

  노인은 자신을 보며 무어라 말하는 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억나는,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에 호나하게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울기만 하네.”

 

  “하하! 애송이잖아!”

 

  눈물을 흘리는 노인의 모습은 어느새 소년 병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에 다른 병사들은 

소년에게 다가가 그때와 같이 어깨나 머리를 툭툭치며 말했다.

 

  “고맙다. 약속 지켜줘서.”

 

  “살아남고 오래 살아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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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pols 2016. 9. 8.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