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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길을 떠도는 좀비들

어슬렁거리며 목적없이 걷는다.


털썩...


무언가 떨어지는 미세한 소리

멈춰선 좀비들은 코를 하늘로 향해 킁킁거린다.

한 10번정도 그랬을까

하나의 좀비가 이전과 다른 빠른 속도로

지나쳤던 골목길로 향하고 

뒤를 따라 무리를 이루고 있던

좀비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달려간다.



"제길! 도망쳐!"

"꺄악!!"

"멍청아! 소리지르지마! 더 많은 좀비가 몰려들거라고!"



골목길에 숨어있던 생존자들이 골목을 벗어나 내달리기 시작하고

생존자 중 일부 여성들이 비명을 지르자 한 남성이 고함을 내지른다.

생존자를 향한 갈망에 달려드는 좀비들과

그들로부터 살아남고자 도망치는 생존자들



탕! 탕탕!!


"빨리 들어와!"


아슬아슬하게 도망치던 생존자들의 눈앞에 총을 든 동료가 보이고

그의 뒤로 문이 열린 베이스 캠프가 보였다.

총을든 남성을 지나치자 뒤에 남은 동료들은 접근하는 좀비들을 막고자

총을 난발하곤 재빠르게 베이스 캠프로 향한다.


여러가지 함정에 좀비들이 빠지며 지체한 사이 베이스 캠프로 들어선

생존자들은 단단히 문을 봉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아깝게 생존자들을 놓친 좀비들은

어슬렁거리며 집 주변을 맴돈다.

소리를 듣고 찾아온건지 전보다 더 많은 수의 좀비들이 나타나

베이스 캠프 주변을 맴돌고 창밖으로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작은 틈도 막아버린다.



시간이 지나 해가 떠오르며 빛이 도로를 채우기 시작하고

좀비들은 그 빛을 피하고자 하나 둘 어두운 골목이나

열려있는 하수도 구멍에 몸을 날린다.


어느 어두운 골목.

빛을 피하고자 모여든 좀비들이 가득 채우고 있지만

그저 멍하니 벽이나 하늘을 쳐다볼 뿐 아무런 미동도 없다.

그 중 하나의 좀비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멍하니 아무런 미동도 없이 풀린 눈으로


한 순간 풀려있던 그의 눈에 초점이 돌아오기 시작하고

놀란 듯 몸을 움찔하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그어어...


자신이 낸 소리에 자신이 놀란 듯

다시한 번 몸을 움찔한 좀비는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른 좀비들을 헤집으며 벽으로 다가가 기대어 선다.


'이제야 편하군. 이런 느낌은 생전의 습관인가?'


벽에 기대어선 좀비는 다른 좀비들을 둘러보며

이리저리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좀비라... 별로 놀라집 않군.'


자신이 좀비임을 자각하게 된 그.

인간이였다면 당연히 놀라고 두려워했겠지만

그는 여러 사고가 마비되었는지 그저 작은 감상만을 할뿐

어느새 다시 멍한 시선으로 반대편 벽을 바라본다.


'공격하지 않아. 동족이라 그런가?'


생각을 한다.

인간과 같이.

하지만 공격하지 않는다.

같은 좀비이기에.


사후 평생을 그렇게 보내왔기에

멍하니 있음에 오히려 평온함을 느끼며

그는 반대편 벽을 바라보고만 있었고

시간이 흘러 해가 사라지고 달이 떠오르며

어둠이 찾아온다.

하나 둘 좀비들이 느릿한 움직임으로 걸어가고

그도 그런 좀비들을 따라 움직인다.



어두운 밤거리지만 선명하게 보이는 주변

느릿하지만 전혀 힘듦을 느끼지 못하는 신체

순간 멈춰선 좀비들이 하늘을 향해 코를 킁킁거리자

그도 따라 멈춰서 코를 킁킁거린다.

생전에는 맡아보지 못한 너무나 달콤한 향기에

그는 몸에 강력한 힘이 깃드는 것을 느끼며

향이 나는 곳을 향해 내달리고 그를 따라 다른 좀비들이 내달린다.



'꼬마로군.'

"오..오지마!"



향이 나는 곳에 멈춰선 그는 두려움이 깃든 눈으로

자신을 향해 녹슨 칼을 마구 휘두르는 한 소년을 발견한다.

여기저기 헤집어진 옷을 입고 때가 탄 얼굴을 한 소년.

이리저리 둘러보며 빠져나갈 틈을 찾던 소년은

그의 뒤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선 좀비들을 발견하곤 

비명을 지르며 골목 안으로 달려간다.


강렬한 향에도 그는 느긋한 걸음으로 골목안으로 걸어간다.

얼마가지 못해 막다른 벽을 마주하게 되고

그곳에서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우는 소년과

그 소년의 몸을 헤집는 수많은 좀비들을 발견한다.


그들 틈으로 다가간 그는

강한 힘으로 주변의 좀비들을 밀쳐내고 주변으로 던져낸다.

좀비들의 틈에서 죽어가던 소년은 자신을 구해주는

그에 놀라고 희망을 가진 눈으로 바라보고

그는 소년을 바라보다가 발을 높이 들어 복부를 짓밟고

크게 고함을 내지른다.


크어어!!


마치 자신의 먹이임을 알리는 그의 외침에

주변의 좀비들이 다가오려다 물러서며 작게 위협이 담긴 소리를 낼 뿐.

역겨움도 가여움도 느끼지 못한 채 소년에게로 몸을 기울리는 그.

충격을 받은 듯 크게 떠져있지만 이미 죽어버린 눈을 한 소년의 얼굴에

그는 자신의 입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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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할 수 있어도

결국 좀비는 좀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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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pols 2016. 4. 27. 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