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한밤중
위이잉~
"녀석들 배고픈가보구나? 하하하! 오늘은 형이 기분 좋으니 쏜다!!"
모기소리에도 웃음 짓던 청년은 이불을 걷어차 자신의 몸을 내보였고
모기가 자신의 몸에 주둥이를 꽂고 피를 빨아내도 그저 웃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따끔하고 가려워도 현재의 기쁨을 방해하지 못하고
"우히히! 소개팅이다!!"
그저 내일의 즐거운 나날을 기대했다.



찻집
"너무 물렸나?"
긁적긁적
어젯밤 모기에게 물린 곳곳이 간지러운 듯
청년은 이곳저곳 긁으면서도
오늘의 소개팅에 기쁜지 그저 히죽거리고 있었다.
딸랑~딸랑~
문이 열리며 방울소리가 들려오고
친구가 보여준 사진으로 봤던 여성이 들어섰다.
멀리서 그녀가 보이자 청년은 손을 들어 흔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렸고, 그녀는 그를 발견한 듯 다가왔다.
그녀에게 손을 흔들면서도
다른 손은 몸 이곳저곳 긁적이는 그의 모습에
다가오던 여성은 멈칫 하며 얼굴이 살짝 굳어졌지만
청년은 그걸 모르는 듯 그저 여기저기 긁적일 뿐.
대화가 시작되고 이런저런 주제가 올라와도
청년은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긁어대고
여성은 결국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묻는다.
"잘... 안 씻으시나 봐요?"
"네? 아...아뇨! 어제 모기에 물린 곳이 좀 많아서...하하.."
"청소를 잘...."
"아뇨, 아뇨! 청소를 사랑합니다!"
긁적! 긁적! 긁적! 긁적!
"...죄송합니다."
계속해서 긁적이는 그와
벌떡 일어나 떠나는 그녀.
"어? 저기요! 잠시 만요!"
애절한 그의 목소리에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는 그녀.
뒤에 남은 청년은 절망한 듯 자리에 주저앉고
잠시 뒤 가려운 곳을 더욱 세게 긁는다.




그날 밤.
한 손엔 파리채, 한 손엔 살충제를 든 청년이 날뀌고 있었다.
위이잉~
"아오! 이놈의 모기 녀석들!"
취이익!
찰싹! 찰싹!!
"다 죽여버리겟어!!"

반응형

'창작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편] 깨어난 좀비  (0) 2016.04.27
[단편] 고통이라는 아이(웃는 할아버지 외전)  (0) 2016.04.08
[단편] 소년과 소녀  (0) 2016.03.06
[단편] 불사의 왕  (0) 2016.03.05
[단편] 사는 이유  (0) 2016.03.04
by napols 2016. 3. 23.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