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어느 숲 속.
엘프 하나가 칠판에 이것저것 적더니
앞에 있는 로브를 입은 청년에게 말했다.
“문제일세. a+b=0 일 때, a와 b의 관계는?”
“...마법사한테 그런 질문을 내다니.
요즘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니 그런 간단한 문제도 못 푸는 거요?
쯔쯧... 그러게 그렇게 연구실에 붙어있으라고 했더니....“
“....시끄럽고 문제나 풀게나.”
앞으로 나선 청년은 엘프에게서 분필을 뺏더니
칠판에 이것저것 적어냈다.
“뭐, 간단한 거 아닙니까?
a=b라는 서로 동등한 관계겠죠.“
“훗...틀렸다네.”
청년의 정석적인 말에 엘프는 가소롭다는 듯 웃고는 말했다.
“둘은....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는 사랑을 하는 관계라네!!“
엘프의 말에 청년은 자리로 돌아가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하아...
아무리 태어나서 연애한번 못 해봤다고 해도 그렇지
설마 숫자랑 연애를 하고 싶은 겁니까?“
“시끄러워!
이건 내가 수많은 연인들을 관찰하고 알아낸 공식이야!“
“그래. 한번 그 공식에 대한 풀이나 들어보죠.”
청년의 말에 엘프는 당당한 손놀림으로 분필을 놀렸다.
“후후....
a와 b를 사람으로 가정하지. 그들은 서로를 사랑해. 그것도 너무나도!!
사랑이란 서로 같은 수치일 때, 차이가 많지 않을 때, 아주 깊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수가 많거나, 높은 거는 그만큼 한쪽이 너무 사랑하는 것!
그것은 달리 보면 스토커나 집착과 같지!
집착과 같은 사랑은 결국 서로에게든 자신에게든 해가 되는 법!
서로 같은 만큼 사랑하면 서로에게 그만큼 정도가 지나치지 않지 않겠는가?“
“....뭐라는 겁니까?
그럼 서로 모르는 관계일 때는 어떤 결과가 나옵니까?
서로를 모르니 결국 아는 건 없다. 즉, 0이지 안습니까?
그걸 대입하면 결국 0이니 그들도 사랑하는 관계라는 겁니까?“
청년의 반박에 엘프는 심각한 얼굴이 되어 고민을 했고,
순간 하핫 하는 웃음을 내며 말했다.
“그런가!? 이런! 우린 서로 만나지 못한 이들을 사랑하는 관계로 만들었군!!
하하하! 우린 사랑의 전도사가 된 거야!!!“
“.....그냥 나가서 아무 여자에게 청혼이나 하고 뺨이나 맞으십쇼.
정신 좀 차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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