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녀는 언제나 아무 말없이 이를 거절했다.
이에 슬퍼할 수도, 좌절할 수도 있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마음을 얻고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구해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
이에 그녀의 마음이 움직인 걸까?
언제나 그의 마음을 거절해오던 것과 달리
그에게 따라오라는 말과 함께 집으로 안내했다.
드디어
그의 마음이 전해진 걸까?
작은 기대를 가지고 집 안으로 들어서지만,
그녀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인간이 아닌 다른 행성의 존재,
우주를 지나던 도중 불시착하게 되고,
돌아가고자 했지만 우주선을 움직이는
주요 물품 중 하나가 사라져
이를 찾고자 남아있다는 것.
이를 들은 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충격을 받은 건지 아니면
인간이 아닌, 언젠간 떠나갈 존재란 것을 알고
포기한 건지 모르지만
그저 말없이 그녀의 곁을 떠나갔다.
숨겨둔
그에 대한 마음을 가진 그녀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기에
그를 잡지 못하고
그저 슬픈 눈으로 떠나보낸다.
그가 떠나가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그 날도 물품을 찾고자 집을 나서던 그녀
집 앞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 멈칫한다.
자신이 찾던 물건에 놀라 주워들자
아래로 떨어지는 편지 한 장.
떠나가는 그녀를 위해 적는 안부
행복을 기원하는 자신의 마음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라는 소망을 담은
한 장의 편지
자신의 비밀을 아는
자신의 마음을 가져간 그를 찾고자
그녀는 주변을 돌아다니지만
이미 그는 어디론가 떠난 듯
보이지 않는다.
고향을 돌아갈 수 있다는 기쁨에도,
이젠 그를 다시 보지 못한다는 슬픔에
그녀는 망설이지만,
너무나도 오래 떨어진 가족의 그리움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우주선에 오른다.
떠나가는 비행선.
그리고 멀지않은 곳의 숲.
이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뒷모습.
그녀가 떠나간 집에 들어서자
그녀가 남기고 간 유일한
사진 한 장만이 남아있다.
그녀가 떠나가고
미련인가 사랑을 잊고자 함일까
결혼도 하지 않고
누구도 사랑하지 않은 채
그저 일만하며 지내는 그.
그녀에 대한 그리움만큼
수많은 재물을 모으지만,
그저 허무함과 공허함만을 느낀다.
어느새 늙어버린 육체를 쉬고자
모든 것을 다른 이들에게 맡기고
집 뒤뜰의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그.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빛바랜 사진을 꺼내 본다.
무언가 이상함에 고개를 들자
무언가 커다란 게 하늘 위에 떠있다.
순간
비행체의 아래 부분이 열리며 강한 빛이 나오고
눈을 가리고자 손을 든다.
손을 내리며 보이는 빛바랜 사진 속 그녀.
그리고 그 사진을 내리자 보이는 여인.
예전, 아니 그전보다 아름다운 모습의 그녀.
꿈에서도 바라보지 못한 미소를 지으며
내려오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미소 짓는다.
어느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맞잡는 둘.
강한 빛이 사라진 순간
그곳에는
한 장의 편지와
한 장의 사진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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