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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공간

한 소년이 있다.

소년은 멍한 시선으로 자신의 앞만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의 키보다 약간 높이 쌓인 벽돌로 된 벽.

소년은 주변에 떨어진 벽돌을 주워 벽을 쌓고 있다.

사방이 아닌 자신이 바라보는 한쪽 면만을 쌓아 올리고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높이 쌓이면,

한 걸음 물러나 다시 아래부터 벽을 쌓아올리는 소년.

언제부터 이 벽을 쌓고 왜 쌓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소년은 그저 멍한 시선으로 묵묵히 벽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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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부터 멀어지려는 걸까

무엇을 막으려는 걸까

자연스레 생기는 의문도 없이

그저 벽을 쌓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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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벽돌이 쌓일 때마다

소년의 귀로 들려오는 듣기 거북한,

듣고 싶지 않은 소리가 작아져만 가고

벽이 쌓여 한걸음 물러설 때면

자신을 덮치려는 불안함과 괴로움을 벗어나

왠지 모를 안정감을 느끼며 편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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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고 물러서고 쌓고 물러서고

쉼 없이 긴 시간을 쉬지 않고

그저 벽을 쌓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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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벽을 쌓았을까?

하루? 이틀? 아니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났을지도 모른다.

지치고 힘듦을 느끼면서도 멈추지 않는 소년.

소년의 손에서 벽돌이 미끄러져 떨어지고

소년은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액체로 축축해진 손바닥.

그저 알 수 없는 상황에 멈춰선 소년은

다시 자신의 일을 하고자 벽돌을 주우려

몸을 숙이다 힘없이 쓰러진다.

한차례 숨을 내쉰 소년은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대로 주저앉아 등을 벽에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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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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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벽으로부터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

처음에는 그저 웅얼거리는 소리로 들렸지만,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무나 익숙한, 잊고 지내던 목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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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던 소년의 눈에 초점이 잡힌다.

어느새 차오른 눈물이 한줄기로 흘러내린다.

잊고 있던, 너무나 소중한 목소리를 다시 듣고자

벽에 귀를 바싹 붙이고 집중하자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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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의 울음소리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한숨소리

소중한

너무나 소중한 가족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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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깨달았다.

아니었다는 것을.

듣기 싫은 소리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를 걱정하는 이의 소리였음을

그저 내가 그리 생각했을 뿐임을

슬프게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듣지 않으려

벽을 쌓아 올려 그저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구나.

나를 걱정하는 이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나 혼자 만의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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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손이 움직인다.

여전히 소년의 손에 들려있던 벽돌이 떨어지고

한 줌의 검은 모래가 되어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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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맞잡은 손등으로 떨어져 방울이 되어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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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쌓았을까

괴로워는 모습이

슬퍼하시는 모습이 싫어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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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앞의 벽에 달려들어

마구잡이로 벽돌을 집어던진다.

살이 까지고 손톱이 드러나도

고통도 모른 채

그저 벽돌을 끄집어내고 뜯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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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가까워지는 소리

밝아지는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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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장의 벽돌에 망설임도 잠시

벽돌을 빼내자 보이는 주변

하얀 천장과 보고 싶은...

너무나 보고 싶었던 얼굴들

놀란 어머니는 그저 얼굴을 붙잡고 울고

아버지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고개를 돌리고 계시네.

비명인 듯 의사를 부르러 달려 나가는 간호사엔 관심도 없이

그저 내 소중한 이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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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대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대

난 그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곤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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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어둠.

소년의 몸을 덮치며

무너져 내리는 벽돌들.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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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 홀로 누워 있는 소년.

뺨을 따라 눈물이 흘러내리지만

소년의 입가엔 미소가 지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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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생각했다.

다시 찾아온 어둠이지만

왠지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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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pols 2016. 2. 8.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