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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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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맞이한 대학의 어느 교실. 개학 전날까지 이어진 술잔치를 버티고 

겨우겨우 찾아온 강의실에 엎드려 있던 호안은 문을 열며 들어건 한 여성을 보며 멍한 눈으로 

작게 말했다.

  “예쁘지 않냐?”

  “왔냐?”

  어느새 옆자리에 않으며 묻는 기철에 호안은 손을 흔들어 반기곤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맨 앞자리에 앉아 홀로 책을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호안에 기철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니가 웬일이냐? 여자엔 별로 관심 없어 보이더니.”

  “관심 없지는 않았어, 임마. 그냥 별로 신경을 끄지 않은 거지.”

  “그 말이 그말 같은데.”

  “됐고, 너 쟤 누군지 아냐?”

  “이 형이 누구냐? 우리 대학의 정보통이라고.”

  “역시! 누구야?”

  자신감 넘치는 그의 말에 호안은 기대감을 가지며 기철을 바라보았고, 기대감을 담고 자신을 

바라보는 호안에 기철은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정보료를 주셔야 알려드립니다, 호갱님.” “에라이 치사한 자식!”

  기철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호안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본 여자들보다 월등히 

예쁘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그녀의 모습. 점점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 박동에 

호안은 망설임을 떨쳐버리고 기철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좋아! 내가 오늘 점시 쏜다!”

  “뭐... 좋아! 친구니깐 싸게 그 정도로 봐주지!”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던 기철은 간절해 보이는 호안의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곤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펼쳐보였다.

  “일단 이름은 미정! 우리와 같은 과이며 신입생. 나이는 우리보다 3살 어린 20살!”

  “오! 역시 정보통! 그리고?”

  “끝!”

  “..뭐?”

  거침없이 말하는 기철의 모습에 호안은 더욱 기대감을 가지며 그를 바라보았지만, 기철은 

자연스럽게 수첩을 닫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책을 펼쳐 거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호안은 멍하니 바라보았고, 정신을 차리곤 화를 내며 그의 목에 팔을 둘러 

조르기 시작했다.

  “장난 하냐!? 겨우 이게 끝이야?”

  “켁! 이거 좀 놓고 말로하자고! 숨 막혀!”

  팔을 휘저으며 외치는 기철에 호안은 거칠게 그를 풀어주며 노려보았고 기철은 아픈 목을 

매만지며 호안의 시선을 피했다.

  “새끼 팔 힘은 좋아요.”

  “정말 그게 다냐?”

  “어쩔 수 없다고. 신입생인데다 딱히 아는 애도 없더라고.”

  “...점심 알아서 먹어라.”

  매정히 고개를 돌리는 호안에 기철이 무어라 반박하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교수님이 들어서고 

기철은 작게 궁시렁 거리며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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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호안은 어두운 길을 달리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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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부터 호안은 미정에게 관심을 가지며 그녀가 듣는 수업을 알아내곤 시간표를 수정하며 

그녀를 관찰한다. 예전 여성들을 바라보던 것과 다릴 왠지 모르게 적극적으로 한 여자에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도 당황스러웠지만 계속해서 떠오르는 그녀에 대한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어느 수업이 끝난 교실에서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안녕?”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그녀의 앞에선 호안은 떨리는 마음을 숨기며 인사했고, 그의 갑작스러운 접근에 

미정은 경계하듯 두꺼워 보이는 교재를 들어 올리며 인사했다.

  “난 3학년의 호안이라고 해. 너 이름이 미정 맞지?”

  “예. 그런데 무슨 일로?”

  심호흡. “그.. 나랑 사귀지 않을래?”

  “네?”

  갑작스러운 고백. 그에 놀란 듯 미정의 눈이 살짝 커지며 한 발자국 물러서며 손에 든 교재를 

더욱 세게 쥐고, 그에 당황한 호안도 한발자국 물러서며 무서워할 필요 없다는 듯 양손을 

들어보였다.

  “나 이상한 놈 아냐! 준비한 말이 많았는데 목적이 먼저 튀어나와 버렸네. 그 뭐냐, 널 볼 때마다

가슴이 뛰고 널 보지 못 할 때면 네 얼굴이 떠오르고 너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할까? 간단하게 

널 좋아해. 나랑 사귀지 않을래?”

  처음엔 더듬거리던 그는 어느새 진지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고 잠시 그를 위아래로 바라보던 

미정은 고개를 숙여보이곤 조심스럽게 옆걸음 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리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가는 그녀. 그런 뒷모습을 보던 호안은 한숨을 쉬며 등 뒤의 

벽에 기대어 주저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굳은 결심을 하며 다시 일어선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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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호안은 어두움 길을 달린다.

  앞 쪽에 밝은 빛이 보이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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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을 하고 차인 날 이후. 호안은 미정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밥을 사주는 등의 핑계를 

배며 다가가고 미정은 그런 호안의 접근에 부담스러운 듯 거부하고 그를 피해 다녔다. 끈질긴 

그의 구애에 서서히 마음을 여는 듯 어느 순간엔 그를 먼저 찾아오거나 연락을 하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언제나 무표정 하던 그녀의 입에 미소가 떠오르고 그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으며 행복을 

바라는 연인이 된 첫날. 그리고 그런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잔을 부딪치며 그녀의 닫혀있는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서로 주고받는 술을 따라 그에게 떠내려 온 그녀의 마음. 그렇게 함께 

한 깊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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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호안은 밝은 길을 달리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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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한 커플. 함께 수업 듣고 밥 먹고 어느새 같은 방에서 보내던 시간들. 하루하루 웃으며 

시작해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시간들. 그리고 웃으며 서로를 감싸며 잠드는 따뜻한 시간들. 

여느 날과 같이 보낸 둘의 깊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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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호안은 밝은 길을 달린다. 길을 걷던 그는 이상한 느낌에 몸을 내려다보고 주변의 밝은 

빛의 열기에 녹아내리는 자신의 몸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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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에 느껴지는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자 보이는 미정의 모습.

  피가 흐르는 칼을 든 그녀와 피가 흐르는 자신의 가슴.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의 그와 달리 무표정한 얼굴의 그녀.

  그의 뺨을 따라 내려오는 그녀의 손길에 움찔 하는 그의 몸.

  “그러게 가까워지면 안 되는 거였는데.”

  감정 없이 말하며 자신의 몸에 올라타는 그녀의 모습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호안.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이 마음에 따라 풀린다.

  “널 다른 년에게 보내기 싫어.”

  양손으로 칼을 머리위로 들어 올리는 그녀의 모습.

  “그러니 죽어줘.”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내리찍는 그녀와 황홀감으로 눈감는 그.

  끊긴 시야로 보이는 뜨거운 빛에 녹아내려 어두운 바닥으로 추락하는 꿈속의 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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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pols 2016. 1. 11.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