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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만날까요?’

  한 장의 편지. 마지막 문장에 용기를 가지고 나왔다.

  5년간 이어져온 편지연애. 처음 주소를 잘못 작성되어 날아온 편지에 답장을 보내고 다시 

상대방이 잡을 하고 그것이 계속해서 이어져 어느새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었다. 서로 얼굴로 

모른 채 이어져온 5년의 연애. 드디어 오늘, 그를 만난다.

  ‘과연.. 잘한 선택일까?’

  오늘 이전에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만남을 거부해 왔다. 

그녀는 손목에 찬 시계를 한번 보고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그가 보낸 편지를 내려 보다 그 

보다 더 아래를 내려다본다.

  휠체어에 타고 있는 자신의 모습.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와 그로인해 떠나간 많은 소중한 것들. 

즐거운 하루, 친한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떠나간 게 아닌 내가 떠나온 것들.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던 성격은 사고로 인하여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 되어버렸고, 하루하루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며 밖의 소식에서 멀어져갔다. 

  그런 그녀에게 날아온 편지. 그저 호기심에 시작한 이 행동이 어느새 그녀에게는 환한 빛과 

같았고, 그녀는 이 빛을 놓치고 싶지 않아 자신을 숨긴 채 그와의 관계를 이어왔다. 5년간 서로 

얼굴도 모르다가 그의 헤어지자는 말에 결국 나오게 된 그녀. 

  다가오는 약속 시간만큼 그녀의 긴장도 늘어갔고 편지에 적혀있던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자

 그녀는 순간 온 몸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에 휠체어 바퀴로 손을 움직였다.  

  공원으로 들어선 사내는 누군가를 찾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했고, 도망치려는 

그녀를 발견하고 손에 든 종이를 보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음. 도희씨?”

  미심쩍어하는 그의 눈에 그녀는 그 자세 그대로 굳으며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포기한 듯 몸을 

움츠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모습에 그는 그녀가 맞다는 것을 알곤 미소를 띠곤 살짝 

놀란 듯 말했다.

  “반가워요, 존 은현. 이름은 아시죠?”

  “네”

  “에... 조금 놀라도 되겠죠?”

  그는 조심스럽게 말하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그의 시선에 그녀의 몸은 더욱 움츠러 

들었다.

  “그럼. 우리 이동해볼까요?”

  움츠러드는 그녀에 그는 한 걸음 물러섰다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뒤로 돌아가 휠체어의 손잡이에

 손을 올리곤 그녀를 이끌었다. 자연스러운 그의 행동에 그녀는 무어라 할 말을 못 찾고 그저 

그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며 불안한 듯 이리저리 시선을 움직였다. 

  도희를 이끌고 약속 장소를 벗어난 은현은 이리저리 다양한 곳을 돌아다녔다. 편지로만 

이야기하던 공원이나 산책로, 카페 등을 돌아다니며 편지의 추억을 하나하나 꺼내었고, 언제나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했다. 그의 행동에 굳어있던 그녀의 마음도 조금씩

 풀려갔고, 그를 따라 미소 지으며 추억을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 어느새 노을 진 어느 공원. 그녀의 옆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던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뜬금없지만... 노래 한곡 부탁해도 될까요?”

  확실히 뜬금없는 그의 부탁에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자신을 

보는 그의 얼굴에 도희는 은현의 시선을 피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망설인다. 아무 말 없이 

고개 숙인 그녀에 그가 조심스럽게 일어나자 그녀는 다급하게 일어선 그의 손을 꽉 잡으며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불러드릴게요.”

  그녀의 말에 은현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도희를 바라보고, 도희는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하며 심호흡을 하곤 천천히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언젠가 편지에서 적은 

적이 있는 노래.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마지막일지 모를 오늘의 행복한 하루가 다음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부르는 노래.

  노래가 이어질수록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그에 편안함을 느끼며 떨리던 그녀의 목소리가 안정을 찾으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 지나 노래를 멈추었지만 여전히 

감겨있는 그녀의 눈.

  도희의 노래가 끝나자 은현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오른손으로 턱을 매만지다가 미소 짓는다. 

자신의 손을 잡고 눈을 감은 채 떨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그녀의 손을 더욱 세게 맞잡으며 

그녀의 앞으로 가 무릎을 꿇어앉았고 자신의 손을 강하게 잡는 그에 도희도 눈을 떠 그를 

바라보았다.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미소 짓는다.

  “이제야 마주하게 되었네요. 굳어있고 움츠려 있어서 많이 햇갈렸어요. 편지를 읽으면서 

당당하고 활기찬 모습을 생각했는데 겁에 질린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다른 사람인가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확신할 수 있어요. 당신이야말로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던 그녀라는 

것을.”

  품에서 한 통의 편지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는 그.

  “우리의 첫 편지. 어쩌면 이걸 받는 순간, 이날이 오길 기다린 걸지 모르겠네요. 편지가 아닌 

직접 대화하고 서로를 본 날을.”

  그녀가 편지를 받는다.

  “그토록 듣고 싶던 당신의 목소리, 글자로는 표현 못하던 당신의 마음을 이젠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이젠 전할 수 있게 되어 기뻐요. 당신을 향한 내 마음, 사랑을 말할 수 있어서. 

도희씨, 사랑 합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그녀에 다시 미소 짓고 붙잡고 있던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자신을 

향한 그의 고백과 행동에 그녀를 감싸고 있던 불안이 흩어지고 행복이 감싸며 어느새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미소지은 입술 옆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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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pols 2015. 12. 25.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