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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깊은 곳,
그곳에는 하나의 호수가 존재한다.

오래전 읻음의 호수라고 불려온 곳
언제나 깨끗하고 맑은
지옥과는 어울리지 않은 호수였지만
극소에 하나의 기둥이 생겨나고
누군가 묶이고 난 뒤
호수에는 조금의 물도 없이 메말르게 된다.

호수, 구덩이의 중앙에는 커다란 기둥이 박혀있다.
아무런 문양도 아무런 특징도 없는 그저 큰 기둥.
기둥에는 누군가, 한명의 신이 묶여있고
그의 하반신과 상체 일부는 작고 검은 벌레들이 달라붙어
그의 살을 뜯어먹고 있다.

벌레들에 뜯겨나간 살점은 순식간에 재생되고
또다른 벌레가 이 살점을 뜯어먹는
고통스럽고 괴로운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미 적응된 걸까
아니면 더이상 고통을 못느끼는 걸까
신은 자신의 몸이 뜯겨먹힘에도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저 멍한 시선으로
아래만을 바라보고 있다.

어느 순간 십자가의 한편에 불꽃이 생겨나며
작은 소년의 모습을 한 악마가 나타나
십자가에 묶여있는 신을 보며 비웃고 그를 욕한다.

"예전엔 그리도 맑았던
믿음이 담겨있던 호수이건만
너가 죽고 갇혀버린뒤론
그저 더럽고 추잡한 위선만이 남아
너의 영혼을 계속해서 뜯어먹는구나!"

작은 불꽃이 되었다가 다시 나타난다.

"스스로 신의 지위를 버리고 내려갔건만
처음에는 너의 구워으로 믿음을 보였건만
너가 떠나가니 너를 팔아먹고
너를 욕하면서 자신들만을 위하는구나!

작은 불꽃이 되었다가 다시 나타나고
신이 바라보는 아래를 바라본다.
구원의 날, 축제의 날.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

"그럼에도 그들이 행복해함을 보며
그저 매마른 미소를 짓고 있으니!
너무나도 멍청하고 바보같은 신이로구나!"

악마의 욕설에도 벌레들의 물음에도 아무런 이동도 없는 신
순간적으로 그의 몸이 움찔하고,
그의 아래에 있던 벌레들 일부가 녹아내려 사라진다.
하지만 그도 잠시잠깐
또다른 벌레들이 나타나
그의 몸을 뜯어먹는다.

이에 신의 몸이 조금 움찔거리고,
그의 얼굴에 매마르지 않은
기쁨이 서린 미소가 걸리고
악마는 이에 박장대소를 하며 말한다.

"아직도 네놈을 믿는 멍청한 놈이 있군.
너를 팔지 않고 너의 구원을 기억하는 존재가!
하지만 그런 이들보다 너를 팔아먹는 놈이 더 많은 가보군.
사라지는 놈들보다 나타나는 놈들이 많으니."

신을 놀리던 악마는 흥미를 잃은 듯
기둥의 위에 앉으며
자신의 아래
미소를 짓는 신을 보며 말했다.

"인간을 멸하고자하는
아버지에 반하고 인간을 구원하고자한 신이여!
자신들을 구원한 것도 잊은 채
오히려 자신의 신을 팔아 이익을 쫓는 인간이여!
그런 그들의 모습에도 그들을 사랑한 신이여!
그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고 있는 신이여!
그대는 아직도 그대를 팔고 그대의 고통을 무시하고
자신의 죄를 그대에게 전가하여 구원을 바라는 인간을 사랑하는가?
인간을 사랑하여 지옥으로 내려온 어리석은 신이여!
그대의 말로가 너무나도 한심하구나!"

자신의 죄를 사하고자 신에게 기도하는 이들
그들의 기도에 죄가 실려 신에게 향하고
신은 구원의 기둥에 묶여
그들의 죄를 대신하여 고통받는다.
자신의 죄를 사해달라는 인간들
그들의 죄를 받아 고통받는 신...

인간을 사랑한 어리석은 신이시여....
그는 오늘도
자신이 구원한 이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그저 매마른 미소만을 머금고 있을 뿐이구나.



1편 - 축제의 날 : http://nergion.tistory.com/200

2편 - 구원의 날 :http://nergion.tistory.com/201

3편 - 이후의 날 : http://nergion.tistory.com/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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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pols 2015. 9. 14.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