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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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어두운 방안.
침대에 누워있던 윤후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 거친 숨을 내쉬었다. 숨을 고르던 그는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의 집임을 알곤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마의 땀을 닦아 냈다. 언제나와 같은
침실. 그리고 이젠 적응해서 일어나지도 않는 아내의 모습에 안도하며 침대 옆의 스탠드를 키곤
달력을 들어 오늘 날짜에 x표를 했다.
달력을 바라보던 윤후는 피곤한 눈을 비비곤 뒤로 넘지가 보이는 X표로 점령된 페이지. 다음
장으로 넘기고 넘기고 넘겨도 보이는 X표들.
“하아...”
이젠 화도 짜증도 낼 기력 없이 또다시 내뱉는 한숨. 원래의 페이지로 넘긴 달력을 탁상위에
두고 자리에 눕는다. 10년 째 이어지고 있는 지독한 악몽. 하루도 빠짐없이 꾸는 이 꿈에 이젠
그저 일상적인 관문으로 여기며 지내지만 같은 꿈임에도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와 잠을
깬다.
2시간의 악몽. 같은 내용. 그렇지만 전혀 즐겁지 않은 내용.
“또 꿨어요?”
“음? 깼어?”
“불이요.”
“아. 잊고 있었네. 미안.”
윤후는 스탠드를 끄고 다시 눕는다.
“또 꾼 거예요?”
“뭐 그렇지. 언제나와 같이 훈련소 입소하고 훈련 받고 자대 배치 받고 더러운 선임을 만나는
순간! 깨어나네. 차라리 말년 시절이면 나쁘지 않을 탠대 말야.”
“더 자요. 내일도 출근해야 하잖아요.”
“그래. 깨워서 미안해. 당신도 다시 자.”
잠이 드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도 이젠 편히 잘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는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갔다 오렴.”
교복을 입고 문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준 윤후는 출근 준비를 하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나이 40의 회사원. 고1되는 아들과 중2인 딸을 두고 여전히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아내를 둔 단란한 가정의 가장. 하지만 매일 군대 꿈을 꾸는 밤. 다시 잠이 든다고 해도
악몽으로 피곤해진 정신으로 인해 얼굴 가득 피곤함이 보였다. 이리저리 얼굴을 매만지는 그를
바라보던 아내가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 당신 지혜 엄마 알죠?”
“그 슈퍼 하는 집?”
“예. 지혜 엄마한테 들은 건대, 당신이랑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대요.”
“뭐?”
아내의 말에 윤후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는 손님 중에 희운 아빠라고 당신처럼 군대 꿈을 꾸던 사람이 있었대요. 일주일에 2~3번
정도? 주기적으로 군대 꿈을 꾸니깐 스트레스 받고 어떻게 하면 꿈을 꾸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에 그 집 아들이 군대 입대를 하게 됐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날부터 군대 꿈을 꾸지 않고
편히 잠들고 깨고, 처음에는 이유를 모르다가 꿈을 꾸지 않기 시작한 날이 아들 입대 일인걸
알고 신기해서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고 있대요.”
“아들이 입대한 뒤로...”
“그 집 아들이 전화 오면 행복한 얼굴로 ‘네 덕에 아빠가 살았다!’ 면서 용돈도 보내고
한다더라고요.”
“음...”
아내의 말에 그는 생각에 빠졌고 인사 후 출근하는 지하철에서도 생각은 이어졌다. 회사 일에
집중을 할 때는 잠시 잊으면서도 쉴 때면 다시 생각나고, 집으로 오고 도착한 뒤로도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왜 그러세요?”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윤후에 아들은 얼굴을 이리저리 매만지며 물었고, 윤후는 그런
아들을 잠시 더 바라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 때까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오늘 밤도 군대 꿈을 꾸고 온몸에 땀을 흘리며 일어난 그. 달력에 x표를 하다가 아침의 그
이야기를 기억해내며 고민은 더욱 깊어져갔다. 설마 하는 처음의 생각은 어느새 혹시 라는
그리고 무언의 결심으로 변한 순간. 어느새 3년의 시간이 지났다.
“너 영장 나왔다.”
“예??”
힘들었던 수능이 끝마치고 드디어 신나게 놀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으로 들어서던 아들은
윤후의 말에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흰색의 봉투가 들려있었고, 떨리는 손으로
이를 받아든 아들은 날짜와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을 확인하곤 좌절감에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자신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날 생각으로 신체 검사신청을 하고 이걸 입대 영장으로 속인 그는
아들이 반항할 틈을 주지 않고자 빠르게 일을 처리해 나갔다. 신체 거사 받고 바로 입대 신청을
하여 훈련소로 보내버리는 윤후. 그런 그의 행동에 아내가 잠시 무어라 했지만, 무릎 꿇고 몇 년
간을 군대 꿈으로 제대로 된 나날을 보내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왔음을 말하며 빌었고, 그런 그의
행동에 아내도 포기하고 아들을 그저 눈물 흘리며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수능 결과 확인만 하고 바로 입대하게 된 아들. 헤어지는 가족에게 손
흔들며 떠나간다. 그리고 그날 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윤후는 믿지 않는 신에게
기도까지 드리며 서서히 잠에 빠져든다.
“여보, 일어나요! 주말이라고 너무 늦잠 자는 거 아니에요?”
“으음... 음?”
멀리서 들려오는 아내의 목소리에 침대에 누워 몸을 웅크리고 있던 윤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고 지금이 늦은 아침이라는 사실을 알곤 멍하니 일어났다. 이것도 꿈인가 하고
뺨을 꼬집고
“아야! 꿈이... 꿈이 나야!! 정말 악목에서 벗어났어!”
아픔도 잠시 중간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잠이 들어있었음을 알고 윤후는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방 밖으로 나섰고, 요리하다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내를 끌어안고 빙빙 돌며 외쳤다.
“꺅! 왜 이래요?”
“하하하! 악몽을 안 꿨다고! 오늘 악몽을 안 꿨어!”
어지럽다며 멈추라며 외치던 아내도 결국 기뻐하는 그의 모습에 같이 기뻐했고, 아내를 내려둔
그는 창문을 활짝 열곤 다시 외쳤다.
“해방이다! 군대 꿈에서 해방이다!!”
그 뒤,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이 지나 2년 뒤....
“으아아!!“
집안의 두 곳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피곤한 얼굴의 윤후가 식탁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고 역시 피곤한 얼굴의 아들이 어기적어기적
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으며 한숨을 내쉰다. 피곤해 보이는 아들의 모습과 한숨에 윤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잠을 설친 모양이구나. 얼굴을 보니.”
“네.. 군대에 재입대하는 꿈을 꿨거든요...”
“뭐!?”
아들의 말에 윤후는 노랄 소리치며 신문을 단번에 찢어 버렸고 그에 놀란 아들이 그를 바라본다.
“혹시.. 옆에..”
“..설마”
서로를 보던 아빠와 아들. 아빠는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젖히고, 아들은 양손에 얼굴을
감싸며 식탁에 팔을 기댄다.
아들이 재대했다. 그리고 다시 악몽이 시작되었다. 그것도 부자가 같이 손잡고 재입대 하는 꿈을.
+뒷이야기
공원으로 산택을 나온 아빠와 아들. 맞은편에 또 다른 아빠와 아들이 앉는다.
양쪽 모두 피곤한 얼굴.
왼편에 앉아있던 아빠, 윤후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묻는다.
“혹시 희운 아버지?”
“...기찬 아버지?”
서로를 보며 혹시나 하고 묻는 둘.
그리고 역시나 하며 쓰게 웃는 넷.
“술이나 한잔 하시죠.”
“좋죠. 낮이기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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