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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로 집에서 쉬거나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친구들과 노는 중간에도 소녀가 떠오르며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늘어갔다. 노트에 그리던 그림의 중간 아무 생각 없이 소녀를 그리게 되고,

 정신을 차려 꽃밭에 앉아 웃고 있는 은영의 그림에 영윤은 당황한 눈으로 이를 바라본다. 그가 

당황하면서도 그림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때, 어느새 그의 뒤로 다가온 준형이 그의 책상에 있던 

노트를 빼앗아 그림을 보았다.

  “이것은!?”

  “어느 틈에! 돌려줘!”

  달려들어 노트를 빼앗으려는 영윤을 요리조리 피한 준형은 창밖으로 노트를 든 손을 내밀며 

영윤을 보며 말했다.

  “정지 정지! 다가오면 이거 던져 버린다?”

  “이... 치사한!”

  “후후... 노트를 돌려받고 싶다면 나의 말에 따르라고.”

  악동의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준형에 영윤은 분하다는 얼굴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영윤이 다가오는 걸 멈추고 뒤로 물러서자 준형은 재빨리 자리로 돌아가 노트를 가방에 

넣곤 앞으로 가방을 매었다.

  “자! 우리 집으로 같이 가자!”

  가방을 멘 준형은 그를 노려보는 영윤을 이끌었다. 반강제+은영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영윤은 살짝 반항하는 몸짓을 보이면서도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준형의 집으로 향했다. 

준형의 집에 도착하여 신발을 벗는 사이, 준형은 재빨리 계단을 오르며 소리쳤다.

  “은영아! 이거 봐라!”

  “야!”

  재빠른 준형의 움직임과 외침에 영윤은 허둥대며 시발을 벗고 그가 달려간 2층의 은영의 

방으로 들어섰다. 방 안에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은 준형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은영의 손엔 

그가 그림 그녀의 그림이 들려있었다. 자신의 그림을 보고 있는 은영의 모습에 영윤은 그대로 

얼음이 된 듯 문에 멈춰서더니 뻣뻣한 움직임으로 곁으로 다가갔다.

  “잘 그렸지? 너 예쁘다고 영윤이가 그려서 선물로 준거야!”

  준형의 말에 은영이 영윤을 바라보더니 미소 지었고 다시 그림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신기한 

듯 그림의 이곳저곳을 바라보았다.

  “고맙..습니다.”

  그림을 보며 고개를 숙인 그녀에게서 고마움의 인사가 나왔고, 그에 영윤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녀에게 한걸음 다가가 용기 내어 말했다.

  “그.. 가능하면 널.. 더 그리고 싶어.” 

  말을 내뱉은 영윤은 마치 고백이라도 한 듯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돌려 방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돌렸고, 은영은 영윤의 말에 놀란 듯 살짝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안절부절못하며 이리저리 시선을 피하는 그의 모습에 작게 웃으며 말했다.

  “절 그려주시면, 저야 기쁘죠.”

  “오~ 영윤이 좋겠다?”

  은영의 허락에 영윤의 얼굴 가득 행복의 미소가 떠올랐고 그의 옆으로 다가온 준형은 장난치 

듯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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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pols 2015. 12. 20.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