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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의 그날 이후, 영윤은 학교를 마치면 숙제를 핑계로 대며 준형의 집으로 매일 찾아갔고,

 주말이나 휴일에도 심심하니 같이 놀자면서 그의 집으로 찾아왔다. 가끔 준형이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영윤은 이에 관심 없는 듯 은영의 방으로 가 그녀의 말동무가 되어 학교나 자신이 

가본 곳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를 모델로 삼아 다양한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학교란 곳.. 재밌죠?”

  “음.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모르는 걸 배우기도 하고. 재미있긴 하지.”

  “아...”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아 학교를 다녀본 적 없는 그녀이기에 그녀는 그에게서 학교생활에 

대해 들으면서 이런저런 궁금증을 내비쳤고, 영윤은 그런 그녀에 학교를 가지 못한 아쉬움의

마음을 채워주고자 학교 그림에 그녀를 그려주었다. 그림으로나마 학교에서 지내는 모습 등에 

은영은 즐거운 듯 미소 짓고 영윤도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행복한 시간을 지나 여름방학이 다가오기 일주일 전.

  “영윤! 바다 가본 적 있어?”

  “바다?”

  “그래! 여름엔 바다! 우리 놀러가자!”

  “바다라...”

  수업이 끝나고 영윤에게 다가온 준형은 영윤에게 바다로 놀러가자는 제안을 했다. 어릴 적 

가본 바다를 생각하던 영윤은 순간 바다로 가면 은영을 보지 못하는 날이 길어진다는 생각을 

하며 망설였다. 그리고 있던 은영의 그림을 힐끔거리는 영윤의 모습에 쉽게 이를 알아차린 

준형은 가족끼리 함께 여행을 가자고 하며 은영이 한 번도 바다를 본 적 없고 어릴 때부터 

바다에 가보는 것이 꿈이었다는 얘기를 했다. 

  준형의 말에 영윤은 망설임 없이 그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 뒤, 영윤은 은영을 위해 자신이 

갔던 바다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얘기해주며 바다로 가면 즐겁게 놀자는 약속을 하며 방학이 

빨리 다가오길 기도했다.

  시간이 지나 방학 첫날. 3일 뒤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했기에 영윤은 즐거움 마음으로 집을 

챙기고 어떻게 놀면 은영이가 즐거워할까 생각하며 여느 날처럼 보내던 오전의 아침. 방 밖으로 

전화벨 소리가 들리자 어머니가 이를 받고, 영윤을 불렀다.

  “여보세요?”

  “...영윤이냐?”

  “누구... 준형이야?”

  평소의 활발한 목소리가 아닌 무언가 참는 듯 막힌 목소리에 영윤은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의 이름을 부르며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영윤아.”

  “응.”

  “은영이가.. 은영이가...”

  “은영이가 뭐!? 무슨 일 인대?”

  “많이 아파. 은영이가... 하늘나라로 갈 거래.”

  말이 끝나며 전화기 너머에서 준형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영윤은 수화기를 든 채 멍하니 

벽을 바라보다가 이를 꽉 물어 정신을 차리곤 소리쳤다.

  “어디야! 어디 병원이야!?

  “여기 희망병원.”

  “조금만 기다려! 금방 갈게!”

  준형의 대답이 채 나오기 전에 영윤은 수화기를 내려두고 방으로 가서 지갑을 챙기다가 책상 

위 노트를 발견하곤 챙겨 집을 나섰다. 달려가던 그의 눈에 버스 정류장이 보였지만, 이를 

기다리는 것보다 뛰어가는 게 빠를 거란 생각으로 희망 병원이 있는 방향으로 곧장 달려갔다. 

30분을 쉬지 않고 달려 도착한 병원 앞. 그를 기다리기 위함인지 준형이 나와 있었고, 그를 

발견하고 울어서 부운 눈에도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잠시 숨을 가다듬은 영윤은 준형을 

따라 병실로 향했다.

  “영윤이 왔니?”

  병실에는 준형이네 어머니가 앉아 있다가 그를 맞이했고 영윤은 인사 후 침대로 다가갔다.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 영윤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에 눈을 뜬 

소녀는 힘들게 그를 보며 미소 짓곤 다시 눈을 감고 힘겹게 숨을 쉬었다. 말없이 소녀를 

바라보던 영윤은 살며시 손을 풀곤 들고 온 노트를 준형에게 건넸다.

  “내가 그림 은영이 그림이거든? 혹시 일어나면 보여줘.”

  “어? 너 어디가려고?”

  “응.”

  영윤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나서며 말했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영윤은 병실을 나섰고 준형은 그런 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볼 뿐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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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pols 2015. 12. 21.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