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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흘러 해가 지고 달리 떠오르며 찾아온 밤.

  회사 일을 마친 영윤의 아버지가 병실에 도착하고 얼마 뒤, 병실 문이 열리더니 온몸이 

땀으로 젖은 영윤이 들어섰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과 모습에 모두 놀라 바라봤지만 영윤은 

그에 관심 없이 곧장 은영에게 다가갔고 한차례 힘든 고비를 넘긴 은영은 그런 그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버스비가 없어서 조금 늦었네.”

  한차례 호흡을 내뱉은 영윤은 자신을 바라보는 은영을 보며 미소 짓곤 한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그녀의 눈앞에 펼쳐보였다.

  푸른 하늘과 그 아래의 바다. 그리고 그에 맞닿은 황금빛 모래사장.

  “혹시 처음 본 바다에 놀랄 것 같아서. 그려왔어.”

  영윤은 미소 지으며 말하곤 그녀에게 그림을 건내 주었고, 은영은 멍하니 그림을 바라보다가 

그림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그를 바라보았다.

  배경의 그림과 조금 어울리지 않게 크게 그려진 부분. 영윤과 준형 그리고 은영. 셋이 

모래사장 위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행복한 듯.

  “같이 가자. 그림으로 보는 상상이 아닌. 실제로.”

  다짐하듯 말하며 소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움켜쥐는 

영윤과 그럼 그를 보며 미소 짓는 은영. 그런 그녀의 눈가에서 조용히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그 뒤 영윤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은영의 곁에서 그녀를 간호했다. 여러 가지 책을 가져와 

읽어주고 그녀가 관심 가지는 것을 조사해서 이야기해주고 그림을 그리며 그녀가 조금이라도 

행복한 시간을 더 오래 가질 수 있도록 기원했다. 그림을 그리는 그를 바라보던 은영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아쉽다. 더 이상 그림 못 보게 돼서.”

  “걱정마. 언제나 보게 해줄게. 내 그림은 널 위한 거니깐!”

  은영의 말에 순간 영윤의 눈이 흔들렸지만 그는 확고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하며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짐하듯이 말했다.

  “내일도 같이 그림 그리자. 자 약속!”

  “...응! 약속!”

  새끼손가락을 내민 그의 손을 바라보던 은영은 미소 지으며 그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걸며 말했다.

  마주하기 싫은 순간은 언제나 너무 조용히 다가온다. 다음 날도 그림을 그리기로 약속했는데. 

소녀는 잠이 들 듯 너무나 조용히 떠나갔다. 움을 바다가 된 병실에서 영윤도 준형을 끌어안고 

눈물 흘렸다.



  장례식 마지막 날.

  하얀 가루가 든 상자를 든 이들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서있다. 바다를 보고 싶어 

하던 그녀는 하얀 가루가 되어 그 위를 자유로이 날아간다. 윤영은 한손 가득 하얀 가루를 쥐어 

바람결에 날려 보내던 중, 하나의 환상을 바라보게 된다. 행복한 미소를 짓는 소녀를...

  소녀의 환상을 바라보던 영윤은 주머니에서 소녀에게 줬던 바다 그림을 꺼내고, 그 안에서 

환히 웃는 그녀를 한차례 쓰다듬었다.

  “아빠.”

  “응? 왜 그러니?”

  “라이터.. 빌릴 수 있을까요?”

  그림을 든 채 믿음이 담긴 얼굴로 묻는 영윤에 그의 아버지는 말없이 라이터를 꺼내 그에게 

주었고, 영윤은 하얀 가루를 날리는 준형의 곁으로 가 그림을 펼치더니 그 끝에 불을 붙였다.

  “뭐.. 뭐 하는 거야?”

  “보내려고. 그림.”

  “뭐?”

  하얀 가루를 따라 재가 되어 날아가는 그림을 보며 영윤은 멍한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았다.

  “하얀 가루가 되어 바다가 보이는 하늘나라로 간 거잖아?”

  “..”

  “그러니깐 이렇게 그림도 불로 태워 재가 되어 날아가면... 은영이에게 닿지 않을까? 그 아이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느새 눈물 흘리며 미소 짓는 영윤에 준형은 옷으로 거칠게 눈물을 닦더니 미소 지으며 그에 

어깨동무 했다.

  “그래! 그 아이에게 닿을 거고, 볼 거야! 네가 그린 그림을 너무나 좋아하니깐!”

  둘은 서로를 바라보곤 어느새 완전히 떠나간 하얀 가루와 검은 재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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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pols 2015. 12. 22.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