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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 뭘 하지?

 

 

  “하남아.”

  “?”

  “심심하다.”

  “잠이나 자세요.”

  무더운 여름날. 하숙집에서 빈둥거리던 준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지루한 듯 한쪽으로 

던지곤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3달의 방학 중 1달을 신나게 놀며 보냈다. 그저 의미 없이 

지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하남을 바라보았다.

  지루해 보이는 준수와 달리 하남은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고물라디오를 분해하고 재조립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진지해 보이는 그의 표정에 준수는 기특한 듯 고개를 끄떡이곤 옆에 있던 고무줄을 들어 하남에게 쏘았다.

  틱!

  “...뭐냐?”

  “생각해보자고.”

  고무줄에 맞은 하남은 짜증이 깃든 얼굴로 준수를 바라보았고 준수는 하남이 자신을 바라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 다가가 말했다.

  “벌써 방학의 1/3이 지나갔다고. 물론 그동안 못했던 게임에 술에 이리저리 놀기도 했기에 별로 불만은 없지만.”

  “그래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지 않냐?”

  “..?“

  하남은 진지해 보이는 준수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바라보곤 무시를 선택했다. 자신을 바라보다가 다시 라디오로 고개를 돌리는 하남에 준수는 한순간에 책상을 뒤집어 버리곤 무어라 화를 내려는 하남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야 이..!”

  “넌 이렇게 고물 라디오나 만지면서 남은 방학 기간을 보내고 싶은 거냐!? 무언가 의미 있고 

보람을 느끼고 싶지 않아?”

  “뭔 개소리야?”

  패기 넘치는 준수에 하남은 주춤 물러났고 준수는 그런 하남에게서 떨어지며 박수를 짝 치며 

말했다.

  “그러니깐!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뭔가 보람을 느끼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오도록! 거절은 

거절한다!”

  자기 할 말을 한 준수는 그대로 방을 빠져나갔고 하남은 떠나간 준수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고 

바닥에 어질러진 라디오 부품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곤 대충 정리를 하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가동시켰다. 비록 조금 막나가는 놈이긴 하지만 무언가 하자고하면 반드시 하는 놈이기에 만약 

내일까지 무언가 하자는 쓸 때 없는 의견하나라도 내지 못한다면 방금 같은 난장판을 만들 것이 

뻔했다.

  “저런 놈이 뭐 좋다고 친구로 둔건지...”

  불만 섞인 말을 내뱉으면서도 하남은 인터넷에 접속하여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이 없을까 하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하루의 시간을 보냈다.

  “등장!”

  다음 날. 밤새도록 들어오지 않던 준수는 아침이 되자 문을 벌컥 열며 들어섰다. 준수의 

고함소리에 잠을 자던 하남은 깜짝 놀라며 일어나고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준수를 보곤 기겁했다.

  “일단 잠이나 자자...”

  흐느적거리며 다가오던 준수는 그대로 이불위로 쓰러지며 잠이 들었고, 하남은 어이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뺨을 여러 차례 때려보았다. 꿈틀거릴 뿐 깨어나지 않는 준수에 하남은 하품을 한차례 하곤 자신이 덮고 있던 이불을 그의 몸 위에 덮어주곤 화장실로 향했다.

  “으아.. 잘 잤다.”

  “이제 일어 나냐? 뭐 하느라 아침에 들어 온 거냐?”

  “하하. 분명 자료 조사하러 갔는데 어느새 게임에 빠져있더라고. , 그러다가 다시 

자료 조사하고 게임하고 그러다보니 아침이 밝았다고 할까?”

  “하아... 역시 너란 놈은.”

  “그래도! 조사는 완료했다고!”

  자신 있게 외친 준수는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자신의 PC에 꽂았다. 부팅 후 이리저리 자료를 

둘러보다가 화면에 무언가를 띄우곤 비켜섰고 하남은 자리를 옮겨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어느 노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하나의 리스트가 있었다. 마우스를 

조작하여 리스트를 클릭하자 다양한 사진과 함께 그에 관련된 글들이 나타났고, 하나하나 

둘러보던 하남은 글의 가장 위에 있는 제목을 보았다.

  ‘버킷 리스트: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버킷 리스트?”

  자신을 바라보는 하남에 준수는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또 다른 문서를 불러들였다

나의 버킷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문서에는 준수가 그동안 하고 싶어 하던 것들이 

이것저것 적혀 있었고, 옆에는 대략적인 계획도 잡혀있었다.

  “첫째, 아이돌과 사진 찍기...? 뭐야 너 아이돌 싫어한다고 했잖아?”

  “... 사실... x그룹 팬이다!!”

  그렇게 외친 준수는 글 옆에 있던 링크를 클릭했고 그러자 인터넷창이 켜지며 x그룹의 라이브 영상이 틀어졌다. 켜진 영상을 준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고 하남은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하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인터넷 창을 닫고는 다른 리스트를 

확인했다.

  “부모님과 식사하기. 게임 7일간 밤새고 하기. 자전거 여행. 뭔가 많이도 적었네.”

  “방학이 끝나는 날이 나에게 죽는 날이다. 라는 생각으로 작성했지.”

  준수는 뿌듯한 마음으로 하남을 바라보았고, 하남은 그런 준수를 바라보곤 자신의 노트북을 

가져왔다. 부팅이 되자 하나의 문서를 불러냈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

  “뭔가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그러면 봉사만큼 좋은 게 없지.”

  “봉사활동이라....”

  하남의 문서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준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가 빠져들었다

이야기에 빠져든 준수에 하남은 꽤 오랫동안 볼 것 같다는 생각에 옆에 딸린 주방으로 가 물을 

끓이고 라면을 넣었다. 얼추 라면이 다 익자 상과 김치를 내왔고 마침 글을 다 읽은 준수가 

반색하며 다가왔다.

  “언제 준비 한 거야?”

  “네놈 뭐에 빠지면 옆에서 뭐라고 해도 반응 없잖아.”

  젓가락을 건네자 냄비뚜껑에 라면을 옮겨 담은 준수가 빠르게 흡입했고 하남도 뺏기지 않으려 

젓가락을 놀렸다. 순식간에 라면을 해결하고 남겨뒀던 찬밥까지 해결한 둘. 설거지를 하러 

준수가 주방으로 향했고 하남은 자신의 자료와 준수의 자료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메모장을 열어 아무렇게나 글을 써나갔다.

  “뭐해?”

  “콜라보레이션.”

  “?”

  “기다려봐.”

  마구잡이로 쓰던 것을 다시 한 번 훑어본 하남은 작성한 문서를 작성했고 그 옆에서 준수는 하릴없이 폰을 만지작거리다 x그룹의 영상을 보며 다시 흐뭇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문서 작업을 

마친 하남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 그대로 누웠고, 준수는 궁금증에 책상 위의 노트북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할 수 없는 이의 버킷리스트. 저희가 대신해드립니다!’? 뭐야 이게?”

  “궁금하면 읽어봐.”

  하남의 말에 준수는 보다 자세히 글을 읽어나갔다. 대략 적인 내용은 이렇다. 글을 올리고 

사연을 받는다. , 사연을 받는 건 첫째. 거동에 문제가 있는 사람. 둘째. 실현 가능한 범위내의 

사연. 셋째. 금액은 우리가 부담. 넷째. 중간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여기면 거부 가능. 등 

그 밖에도 이것저것 내용이 있었지만 준수는 중요한 내용만을 읽고는 하남을 바라보았다.

  “내가 찾은 내용과 네가 찾은 걸 합치자는 거야?”

  “. 나쁘지 않잖아? 각자가 이루고자하는 것보단 함께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지.”

  “.. 나쁘지 않은데?

  다시 한 번 내용을 훑어본 준수는 순간 심각한 얼굴이 되어 하남을 바라보았다.

  “문제가 있어.”

  “문제?”

  심각한 그의 얼굴에 하남도 덩달아 심각해진 얼굴로 노트북을 보았고 준수는 문서 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금액은 우리가 부담한다.‘ 라는 부분.”

  “? ...”

  작게 탄성을 낸 하남은 말없이 지갑을 꺼내 열어보았고 준수도 지갑을 꺼내 열어보았다. 합쳐서 만 원짜리 4. 오천 원 3. 천 원짜리 12. 그 외 2~3만원 정도의 잔금이 남아있는 체크카드 

2. 다 합쳐 10만 원가량 있는 서로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 정산해본 둘은 한숨을 내쉬며 아쉬운

듯 문서를 바라보았다.

  “맞다!”

  순간 무언가 생각난 듯 준수는 폰을 꺼내 연락처를 확인하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뭐냐?’

  “신류! 잘 지냈어?”

  “!”

  신류라는 이름에 하남은 탄성을 내뱉으며 준수의 폰에 귀를 바짝 대었다. 잠시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준수는 순간 진지한 목소리로 신류에게 만남을 요구했다. 잠시간 답이 없던 신류는 아직 오후2시밖에 안됐으니 만나자고 하며 장소를 말하곤 전화를 끓었다.

  뚜뚜하는 소리만이 울리는 방안에 준수와 하남은 굳은 의지가 깃든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곤 

옷을 챙겨 입곤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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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pols 2016. 4. 27.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