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14년 전
아버지의 근무지 이전으로 이사를 하게 된 영윤.
갑작스레 변한 환경과 원래 조용한 성격으로 영윤은 딱히 친구를 사귈 마음 없이 전학 온
학교에서 홀로 지내고 있었다. 전학을 온 지 일주일이 지난 월요일. 창밖을 보며 멍하니 있던
영윤의 곁으로 한 소년이 다가왔다.
“반가워! 난 준형이라고 해! 너 이름이... 영윤! 영윤이 맞지?”
그의 이름은 준형. 조용한 영윤과 달리 활발한 성격으로 전학을 온 그와 친하게 지내고픈
마음에 다가왔다. 홀로 지내면서 마음 한편에 외로움을 느끼던 영윤은 그런 준형의 인사에
당황하면서도 내밀어진 손을 보곤 웃으며 맞잡았다.
“응! 반가워!”
조용할 뿐 소심한 성격은 아닌 영윤이기에 활발한 준형을 따라 놀며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귀게 된다. 언제나 홀로 지내던 그의 곁으로 하나둘 친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사귀기 전 영윤은 혼자 있을 때면, 언제나 그림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창밖이나
눈에 보이는 것들을 모델로 하여 그렸으며, 대다수 약간 칙칙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준형을 만나 친구들과 사귄 뒤로는 칙칙한 느낌이 나던, 아니 그림에 영윤 홀로 쓸쓸히 있던
그림에 준형과 다른 친구들이 그려지면서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그저
시간을 보내려 그림을 그리던 영윤은 다른 이들을 그리면서 그림이 변하자 점점 이에 빠져들었고 그림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된다. 수업 중에도 교과서의 구석이나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체육
시간에는 지쳐 쉴 때면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바닥을 노트 삼고 나뭇가지를 연필 삼아 그림을
그렸다.
“와! 이거 영윤이 네가 그린거야?”
어느 날, 그림을 그리던 영윤의 곁으로 준형이 다가오며 신기한 듯 외쳤고, 갑작스러운 그의
물음에 당황한 영윤이 무어라 할 틈도 없이 준형은 그의 노트를 들고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얘들아! 이거 봐! 영윤이가 그린거야!”
“자 잠깐만!”
준형의 외침에 아이들은 호기심에 모여들고 영윤은 당황하며 그 곁에 다가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와!”
“이거 우리 학교 맞지?”
“이거 뒤편 꽃밭이야!”
“잘 그렸다!”
그림을 보던 아이들 사이에서 탄성과 신기함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몇몇 아이들은 영윤에게
다가가 그림에 대해 칭찬하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영윤아, 이거 네가 그린거야?”
“그림 잘 그린다!”
“부럽다. 그림 어떻게 해야 잘 그려?”
친구들의 질문과 말에 영윤은 당황하면서도 자신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에 즐거움을 느끼며
그들의 말에 하나하나 대답해 주었고, 준형은 그런 영윤을 보며 미소 지었다. 공부하고 그림
그리고 가끔 친구들의 부탁으로 그림을 그려 선물도 하며 1년의 시간이 지나고 영윤과 준형은
어느새 단짝 친구가 되어 있었다. 둘은 학교를 마치자 숙제를 같이하기로 하고 준형의 집으로
향했다.
“다녀왔습니다!”
“실례합니다.”
“어머, 어서 오렴.”
집으로 들어서자 준형의 어머니가 둘을 반겼고 잠시 인사를 나누고 둘은 숙제를 할 준형의
방으로 향했다. 숙제를 하면서 중간 중간 쉴 겸 장난도 치고 잡담도 나누고 준형이 어머니가
가져다주신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숙제를 마치고 준형이 화장실을 간 사이 영윤은
심심함을 달랠 겸 그의 방을 둘러보았다. 별로 읽은 적 없어 보이는 책들과 여러 만화책,
축구공과 여러 운동 물품에는 흙먼지가 묻어 있었다. 책상 위를 둘러보던 그의 눈에 준형이
한 소녀와 같이 찍은 사진이 들어오고 호기심에 자세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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