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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실.

  하얀 침대에 누운 소녀가 멍한 시선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순간 병실 문이 살짝 열리며 

한 소년이 고개를 내밀고 여전히 창밖을 보는 소녀를 보며 조심스레 다가가 그녀의 머리 위로 

무언가를 떨어뜨린다.

  “짠!”

  갑작스레 머리에 느껴지는 기분과 목소리에 소녀는 놀란 눈으로 뒤를 보고 소년, 경훈을 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살짝 노려보며 말했다.

  “놀랐잖아, 오빠.”

  “히히! 놀라게 하려 했으니깐!”

  동생, 지연의 말에도 경훈은 즐거운 듯 웃었고 지연도 찌푸린 얼굴도 잠시 그를 따라 웃었다. 

자신을 따라 웃는 지연에 경훈은 잠시 지연의 머리를 매만지더니 침대 옆 책상에서 거울을 들어 

지연의 앞에 들어보였다.

  “와! 꽃 왕관이네?”

  “꽃을 좋아하는 널 위해 이 오빠가 만들어왔지!”

  자랑스레 말한 경훈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짓는 그녀에 따라 미소 지으며 거울을 

내려두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 어울리네! 역시 내 동생은 예뻐!”

  “헤헤.”

  경훈의 말에 지연도 기쁜 듯 웃어보였다. 경훈은 그런 지연을 보곤 꽃병의 시들어가는 꽃을 

빼곤 가방에서 챙겨온 꽃을 꺼내 꽂아두곤 지연의 옆으로 다가가 앉아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과 

지연이 좋아할 이야기를 얘기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웃고 즐거운 행복한 시간이 

언제까지고 이어지길....

  경훈은 언제나 잠들기 전이면 손을 모아 기도했다.


  한동안 안정적이던 지연의 병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손쓸 시간도 없이 마주하기 싫은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괴로워하는 동생과 낙담한 표정으로 울고 있는 어머니와 괴로운 

표정으로 벽만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괴로워하는 동생이 진정되면 잠들어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지연의 곁에 앉아 이런저런 애기를 하고 잠시 깨어나 자신을 바라보면 더욱 

열성적으로 동생을 기쁘게 하려는 경훈, 그리고 힘없이 미소 짓는 지연.

  부모의 말에도 몇 날 며칠을 잠도 자지 않고 버티다 결국 쓰러진 경훈. 얼마 잠들지 못하고 

깨어나자 조용한 주변에 경훈은 순간 두려움을 느끼며 보호자실에서 나와 동생의 병실로 향했다. 

  오열하는 어머니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는 아버지. 그리고 하얀 이불이 머리 위까지 

올라간 동생의 침상. 울지 않았다. 그저 동생에게 다가가 꽃병의 시든 꽃을 동생의 이불 위에 

두고 무릎을 꿇은 채 이불 밖으로 나온 손을 꼭 잡고 중얼거렸다.

  “아까 못한 얘기 계속해줄게.”

  짧은 얘기를 중얼거리던 경훈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이기 시작했고, 잠시 말을 멈춘 경훈은 

동생의 손에 이마를 댄 채 말했다.

  “예쁜 내 동생 푹 자고 일어나렴. 오빠가.. 꼭 멋진 오빠가 될게. 우리 동생 일어나면 와! 하고 

놀랄 정도로 멋진 오빠가 될게. 그러니깐 꼭 지켜봐! 동생에 자랑스러운 멋진 오빠가 될 거니깐!”

  그리고 울었다. 하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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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pols 2015. 12. 4.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