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퍽!

  “윽!”

  계단 벽에 기대어 자고 있던 경훈은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어디 있나 했더니. 여기 있었냐?”

  경훈의 앞에 한호가 팔짱을 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시선에 경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장시 쉰다는 게 그만... 바로 일할게요!“

  “됐어 녀석아. 가게 문 닫았다.”

  “네?”

  하늘을 바라보자 이제 겨우 노을이 지기 시작한 시간 이였기에 경훈은 모르겠다는 얼굴로 

한호를 바라보았고, 한호는 손을 흔들며 그를 지나쳐 계단을 올랐다.

  “피곤하기도 하고, 요새 좀 일만 했잖냐. 오랜만에 휴가다. 3일간 푹 쉬어라.”

  “네... 쉬는 건 좋은 대, 왜 갑자기?”

  경훈의 물음에 순간 한호의 걸음이 멈췄고, 이상한 웃음소리와 함께 그의 어깨가 위아래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후후... 삼촌! 소개팅 나간다!!”

  한호는 기쁜 듯 경훈을 바라보며 말하곤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냥 만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친구 놈이 여행을 겸해서 소개팅을 시켜준다고 해서 말이다. 

너 혼자 일하게 할 수 없으니 이참에 가게 좀 쉬고 휴식 좀 취해라. 나가서 친구도 좀 만나고!”

  “예.. 뭐”

  한호의 말에 경훈은 시선을 피하며 그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고, 집에 들어선 한호는 방으로, 

경훈은 대충 세면을 하러 화장실로 들어섰다.

  “난 준비할게 있으니 잠시 나갔다 올 테니, 저녁은 알아서 해결해라.”

  경훈이 씻고 나오자 외출 준비를 마친 한호가 현관문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고, 그에게 알아서 

시켜먹으라며 지폐 몇 장을 주곤 밖으로 향했다. 삼촌이 나서자 경훈은 문을 잠그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온 경훈은 침대로 향하려다 책상을 바라보곤 그리로 향했다. 의자를 끌어내 앉은 

그의 눈에 책꽂이에 꽂힌 책들이 보였다. 글쓰기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과 연습 삼아 쓴 글들. 

추억에 잠시 책과 공책을 훑어보던 그는 공책을 내려두곤 책상 한편에 놓인 액자를 보곤 슬프게 

웃으며 집어 들었다.

  미소 짓는 부모와 찍은 마지막 사진. 생일을 기념하러 떠났던 여행에서 돌아오던 길 마주한 

사고. 그리고 떠나간 부모님.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죽음에 경훈은 반쯤 정신이 나가 멍한 

상태였고 그런 그를 깨워 자신의 데려온 삼촌은 경훈을 돌보며 그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가끔 엄하기도 하지만 한호는 그를 위해주었고 그런 마음을 안 

경훈도 그저 방에 쳐 박혀 있기보단 그를 도와 일을 하며 지내왔다.

  사진을 바라보던 경훈은 액자를 분리하여 사진을 꺼냈고, 그 뒤에 놓인 또 다른 사진을 꺼내 

바라보았다. 환자복을 입고 있는 소녀와 그 옆에 그녀를 웃게 하려 이상한 분장을 한 소년의 

모습이 담긴 오래되어 낡은 사진. 조심스레 쓰다듬던 경훈은 무언가 생각난 듯 폰을 꺼내 

달력을 확인했다.

  ‘지연이 기일’

  “...잊을까봐 왔던 거냐?”

  오래전 떠나보낸 동생의 기일이 얼마 뒤면 다가옴을 기억한 경훈은 사진 속 웃는 동생을 

바라보며 미소 지으며 잊고 있던 꿈을 기억했다.

  “하아... ‘멋진 오빠가 될 테니 꼭 지켜봐!‘ 라고 말했는데... 이게 뭔지...”

  슬픈 미소를 지은 경훈은 책상에 엎드려 얼굴을 묻었다. 순간 어둠이 아닌 밝은 하늘 아래 

잔디 언덕, 커다란 나무 아래 소녀의 모습이 스쳐지나가고

  “힘내. 오빠!”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놀란 경훈의 고개가 들리고 멍하니 앞을 바라보던 그는 다시 팔에 얼굴을 묻지만 보이는 건 

어둠 뿐. 하지만 작게 웃으며 고개를 든 경훈은 한차례 기지개를 펴곤 이전과 다른 눈으로 

동생과 자신의 사진을 보곤 다시 액자로 넣으려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폰으로 동생과 자신의 

사진, 부모님과 사진을 나란히 두곤 폭으로 사진을 찍었다. 서로 다르긴 하지만 하나의 화면에 

담긴 가족의 모습에 경훈은 미소를 지어 바라보곤 책꽂이에서 한동안 읽지 않던 책을 꺼내 

펼쳤다.



반응형

'창작 > 연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편] 민들레의 일생(배드 엔딩)  (0) 2015.12.05
[중편] 민들레의 일생(해피 엔딩)  (0) 2015.12.05
[중편] 잃어버린 - 외전  (0) 2015.12.04
[중편] 잃어버린(2)  (0) 2015.12.01
[중편] 잃어버린(1)  (0) 2015.11.30
by napols 2015. 12. 2.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