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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기대어 있던 경훈은 순간 무언가에 놀란 듯 잠에서 깨어 자리에서 일어서고, 아직 계단에
있음을 인지하곤 다시 벽에 기대어 주저앉는다. 일부는 잊혀 졌지만 남아있는 꿈의 기억 일부를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본 소녀의 얼굴을 기억하고자 했고 안개에 갇힌 듯 흐릿하게 떠오르던
모습이 확연해지며 무언가에 끌리 듯 자리에서 일어서 가게로 향했다. 가게로 들어선 경훈은
한산한 안과 한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입고 있던 앞치마를 풀어 카운터에 두곤 밖으로
향했다.
“잠시 나갔다 올게요.”
“뭐? 어딜 가려는 거냐!”
한호가 무어라 할 틈도 없이 밖으로 향한 경훈은 가게 뒤편에 있는 낡은 오토바이에 올라타
시동을 걸어 가게로부터 멀어졌다. 낡은 오토바이에 몸을 맡긴 경훈은 무작정 마음 가는대로
나아갔다. 도로를 달리고 골목 사이를 지나쳐 어느새 흙길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사이 해가
지며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리다 멈춰 노을을 바라보던 경훈은 왠지 떨리는 기분을 느끼며 잠시 쉬곤 다시
오토바이에 올랐고 어느 숲 앞에 멈춰 섰다. 이젠 어두워져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숲을 바라보던
경훈은 망설임 없이 숲으로 향했다.
처음 보는 나무엔 관심도 없이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가자 어둡기만 하던 주변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고, 커다란 나무들이 낮아지며 기분 좋은 향을 내는 아름다운 꽃이 핀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꽃의 향에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가던 경훈도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며 나아갔다. 꽃나무 길이 끝나자 푸른 잔디로 이루어진 언덕에 도착하게 되고 경훈은 도착했음을 느끼며 언덕 위 큰 나무를 바라보며 나아갔다.
잔디로 이루어진 낮은 언덕 위 나무 아래. 누군가 앉아 있는 뒷모습을 발견한 경훈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밀짚모자를 쓴, 꿈속의 소녀. 그녀에게 다가가며
발소리를 들은 듯 소녀의 고개를 돌아가고 순간 불어온 바람에 밀짚모자가 날아가 경훈의 앞에
떨어진다. 발 앞의 밀짚모자를 주워 든 경훈은 순간 소녀와 눈이 마주치고 가슴이 뒤는 걸 느끼며 조심스레 다가간다.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던 소녀는 경훈이 다가오자 마주 다가가며 미소 짓고, 경훈도 그녀의 앞에 멈춰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모자를 돌려준다. 모자를 다시 쓴 소녀가 손을 내밀자 경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마주 잡고, 소녀는 그를 이끌고 잔디 언덕 너머로 향한다.
아름다운 꽃밭. 꽃밭 가운데에 멈춰선 소녀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경훈의 손을 놓곤 주변을
돌아다니며 꽃의 냄새도 맡고 주변을 돌기도 하면서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지은 채 그에게 손을
흔들었고 소녀를 따라 경훈도 손을 흔들며 자리에 앉았다.
한참을 춤을 추든 꽃밭을 돌던 소녀는 지친 듯 살짝 붉어진 얼굴로 그에 다가와 옆에 주저앉았고, 그녀에 미소 지으며 경훈은 밀짚모자를 벗기곤 옆에 둔 꽃 왕관을 들어 그녀의 머리에 씌어주었다. 머리에 꽃 왕관을 쓴 그녀는 기쁜 듯이 전보다 더욱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를 바라보던 경훈은 그녀의 원피스에 당신 펜던트를 보곤 고개를 갸웃하다 팔짱을 끼며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그녀에 미소 지으며 그녀의 머리에 뺨을 기대며 어느새 지기 시작한 노을을 바라보았다.
“힘내.”
순간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경훈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그대로 미소를 지은 채 뺨을
비비곤 그녀를 바라보았고, 자신을 보며 미소 짓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힘내, 오빠!”
자신을 보는 그에 소녀는 팔짱을 끼지 않은 다른 손을 힘차게 뻗으며 외쳤고 그에 그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힘낼게, 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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