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미래에는 개인용 인공지능이 많아질려나
“그럼, 먼저 하겠습니다.”
“편안하게 하시죠.”
“하하. 승부를 가리는 대전에서 편안하게란 있을 수 없죠.”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두 남자. 우측에 앉아 미소를 지은 폴의 말에 상대는 그를 따라 미소 지으며 답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숫자들을 바라보던 상대는 그 중 상단의 5를 선택했고, 그와 함께 튀어나온 손잡이를 잡아 힘을 주어 옆으로 돌렸다.
숫자판은 상대의 힘을 받아 옆으로 있는 홈을 따라 움직여 폴의 앞에 멈춰 섰고, 폴은 중앙에 있는 숫자판과 자신의 앞에
있는 숫자판을 바라보았다. 앞에 있는 숫자판에는 1-9까지 적힌 숫자판이 2개 존재했고, 중앙의 판에는 그 숫자들로 생성할 수 있는 수치들이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었다.
“저는 하단의 6을 선택하겠습니다.”
고민하던 폴은 중앙을 먼저 선점하자는 생각으로 6을 선택했고, 상대가 선택한 5와 폴이 선택한 6이 곱해지며 중앙의 판에 30이 푸른색으로 칠해졌다. 숫자판에 등장한 손잡이를 잡아 상대에게 밀어내는 폴.
“흠... 아무래도 근처에 놓는 게 좋겠죠?
하단의 4를 선택하겠습니다.”
“저는 상단의 7.”
상대의 선택에 따라 상단의 5와 하단의 4가 곱해진 20에 붉은색이 칠해졌고, 다시 자신에게 판이 돌아오자 폴은 푸른색이 칠해진 30옆의 28을 차지하기 위해 상단의 7을 선택했다. 연달아 있는 2개의 숫자가 동일한 색으로 변하자 상대는 고민하는 얼굴을 하였고, 이를 막기 위해 상단의 8을 선택해 32를 붉은색으로 칠했다.
“이러면 우측을 막겠군요.”
“음... 상단의 2.”
“저는 하단의 9.”
상대의 선택을 바라본 폴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상단의 2를 선택했고, 그에 따라 전혀 다른 위치에 있는 8이 푸른색으로
칠해졌다. 자신의 턴이 되자 상대는 바로 하단의 9를 선택했고, 숫자 18이 붉은색으로 칠해졌다. 연달아 위치한 18과 20이
붉은색으로 칠해지자 폴은 이를 막기 위한 수를 선택할 방법을 구상했고, 18 옆에 있는 16을 선택하기 위해 하단의 8을
선택했다. 그에 따라 18이 푸른색으로 칠해졌으며, 위에 있는 8과 연달아 위치하여 방어와 공격 모두를 수행할 수 있었다.
“하단 8.
이러면 좌측을 막으면서 세로로 공격할 수 있죠.”
“이거, 중앙을 막아야하겠군요.”
16이 칠해지며 8과 16이 세로로 연결되었고, 만약 그 아래의 27이 폴의 색으로 칠해진다면, 세로로는 8, 16, 27이 가로로는 27, 28, 30이 연결되는 최상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현재로는 이게 최선일 듯합니다.”
“미리 한 쪽을 막는 거군요.
그걸로 될까요?”
현재 선택된 수로는 27을 만들 수 없었기에 상대는 상단의 5를 선택하여 27아래의 40을 붉은색으로 칠해 막았다. 상대의 선택을 보며 자신만만한 말투와 달리 폴은 머릿속으로 현재 상황에서의 최선의 수를 계산하기 바빴다. 딱히 좋은 수가
없었기에 폴은 아쉬운 마음으로 하단의 9를 선택해 30 아래의 45를 푸른색으로 칠하다 아차 하는 마음을 가졌고, 상대는
턴이 자신에게 오자 바로 눈을 빛내며 상단의 3을 선택해 27을 붉은 색으로 칠했다.
“이런....”
“하하! 생각을 깊게 하셔야죠.
이렇게 실수하셔서야 되겠습니까?”
단번에 중앙을 차지하여 가로와 세로로 길을 막아낸 상대는 즐거운 듯 웃으며 말했고, 폴은 순간의 실수로 최상의 상황이 파괴되자 이를 갈며 하단의 9를 선택해 8 옆의 9를 푸른색으로 칠했다. 자신의 턴이 되자 상대는 딱히 수가 없는 듯, 상단의 7을 선택해 63을 붉은 색으로 칠했고, 폴은 어떻게 해야 승리할까를 고민하며 숫자판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상단의 8을
선택해 72를 푸른색으로 칠했다.
“딱히 수가 없나 봐요?”
“그쪽도 없는 것 같은데요?”
“글쎄요?”
짜증이 깃든 폴의 말에 상대는 하단의 3을 선택해 24를 붉은색으로 칠한 뒤, 웃으며 숫자판을 폴에게 밀었다. 24가 칠해져 같은 라인의 18, 20, 24가 붉은색이 되었고, 중앙의 21을 상대가 차지하면 패배할 상황에 높이게 되었다.
“단순하시군요.”
“...아!”
위험한 상황에도 폴은 이상하다는 듯 상대를 바라보며 상단의 7을 선택해 21을 푸른색으로 칠했고, 상대는 순간 자신이
너무 단순하게 했다는 것에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상대는 실수에 당황한 듯 재대로 판을 살피지 못한 채 하단의 2를 선택해 24 위의 14를 붉은 색으로 칠했다.
자신의 턴이 되어 한참을 고민하던 폴은 하단의 7을 선택해 49를 푸른색으로 칠했고, 상대는 바로 하단의 5를 선택해 35를 붉은 색으로 칠했다.
“어...라?”
“하..하하! 막지 못하면 패배할겁니다!”
상대의 당황한 모습에 가볍게 진행하던 폴은 순식간에 14, 24, 35가 세로로 연결되자 당황한 목소리를 내뱉었고, 상대는
승리에 가까워진 것에 즐거운 듯 외쳤다.
“음... 으음... 하아... 모르겠다.”
“이겼다!!”
딱히 수가 보이지 않던 폴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상단의 2를 선택해 10을 푸른색으로 칠한 뒤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댔고, 상대는 바로 하단의 3을 선택해 6을 붉은색으로 칠해 연달아 배치되어있던 6, 14, 24, 35가 세로로 붉게 칠해지며
게임에 승리할 수 있었다.
“봐 준거야. 좋아하지 말라고.
멍청한 인공지능주제에.”
“푸하하!
그 멍청하다는 인공지능에게 진 대장은 얼마나 머리가 나쁜 걸까나?
패배자~”
“아오.... 대기모드 전환.”
어느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깐족거리는 녀석에 폴은 짜증을 내며 대기모드로 전환했고, 그와 동시에 폴의 앞에 있던
녀석에 노이즈가 생기더니 팟-! 하는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내가 왜 저런 성격으로 설정한 거지?
초기화하기도 귀찮고.... 모르겠다.
다른 게임이나 해야지”
가상현실기기를 구매하며 함께 온 비서 인공지능.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며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에 꽤나 오랜 시간
공들여 설정을 했던 폴이었고, 그때의 기억과 귀찮음이 떠오른 듯 아쉬워하면서도 초기화를 포기하고 게임 라이브러리에서 무슨 게임을 할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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