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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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달리기 소망
“하아....”
장례식을 갔다오고 그저 멍하니 하루를 보낸 다음 날.
하남과 준수는 풀린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신류는 무언가 다른게 없는가 하고 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준거니 기뻐해야하는 걸까, 아니면 슬퍼해야하는 걸까?”
“모르겠다.”
하남은 그대로 엎드렸고, 준수를 머리를 긁적이다 신류가 보고 있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뭐야?”
“새로운 의뢰하고 할까? 사실 어제 발견했지만 너희들 상태가 그래서 아직 말 못하고 있었다.”
“헤에. 어디보자.”
‘버킷리스트 대행 신청서
1) 신청자 : 이한솔(11살/ 남)
2) 신청 내용 : 달리기
3) 이유 : 다시 결승선을 넘고 싶어요.
4) 위치 : y동 재활 병원 207호‘
“이번에도 병원인가?”
“재활병원이라? 달리기인거 보면 다리가 불편한건가?”
“그렇겠지? 어떻게 할까?”
“뭐 고민할게 있겠어? 기분이 꿀꿀 하다고 하던 일에서 손을 땔 수는 없잖아?”
“하긴. 좋아 그럼 이동하자.”
아까전의 멍하던 모습에서 다시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모습에 신류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둘도 그를 따라 이동했다. 신류의 차에 올라 30분가량을 이동하여 도착한
병원.
다른 병원들과 별로 다를 것 없는 모습이지만 특이하게 작은 운동장들이 여기저기 있었고,
그곳에서 환자와 간병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이곳저곳에 모여 있었다. 각자 자리를 잡고 이리저리 걷고 뛰는 이들도 있었고, 무리를 지어 대화를 나누며 산택을 하거나 달리기, 축구, 농구를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특별하다면 중간중간 휠체어를 타거나 신체의 일부가 없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재활병원이 원래 이런 곳인가?”
“이 곳이 특별한걸수도 있지.”
신기한 듯 운동을 하는 이들을 바라보던 그들은 병원 내부로 들어가 병실로 향했다.
“여기인거 같은데...?”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한 소년과 눈이 마주친 준수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그에
다가갔고, 준수를 빤히 쳐다보던 소년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와! 진짜로 왔다! 엄마, 정말로 왔어!”
“에..?”
소년의 반응에 다가가던 준수가 주춤하며 물러섰고, 그에 따라 하남과 신류도 멈춰섰다.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신이 난 듯 들썩거리던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몸을 일으키려했고,
순간 힘이 빠진 듯 쓰러졌다.
“엇!”
“아야야...”
“한솔아!”
쓰러진 한솔의 곁으로 어머니가 다가가 조심스럽게 일으키려했고, 셋도 빠르게 다가가 쓰러진 소년을 일으켜 침대로 이끌었다. 이에 부끄러운 듯, 소년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인사했다.
“헤헤, 감사합니다. 순간 너무 기뻐서 그만...”
“하하. 이렇게 격하게 반겨주니 고맙긴한데, 우리가 누군지 알아?”
“네! 당연하죠! 형은 이준수형, 정하남형, 신류형이잖아요!”
“와! 어떻게 아는 거야?”
“sns에서 봤어요. 이전에 창훈이 이야기요!”
“오... 신기하네.”
“그거보고 저도 신청하려고 마음먹었어요!”
“하하. 그래 너가 이루고 싶은 게.... 달리기?”
준수는 신청서의 내용을 말하며 무의식적으로 한솔의 다리를 쳐다봤고, 한솔은 그에 의식
못한 듯 여전히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네! 제가 다리를 다친 뒤로 재대로 뛰어 본적이 없어서요. 의사 선생님도 걷는건 가능하겠지만, 뛰는 건 많이 힘들 것 같다고 하시고... 그래서 신청했어요.”
“달리기 좋아해?”
“네! 세상에서 가장 좋아요! 달리고 달리고 그러면서 마주치는 바람의 느낌, 귀를 스치는 소리, 지치고 힘들지만 왠지 즐거워요. 그리고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할때의 짜릿함!!”
“하하! 그럼그럼! 운동이란 좋은거지!”
준수와 한솔은 뒤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고, 한편에서는 하남과
신류가 한솔의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운동도중 발생한 사고. 걷고 가볍게 조깅하는 건 괜찮지만 격하게 뛰거나 하기는 힘든 상태의 다리. 물론 걷고 하는 것도 재활에 얼마나 힘을 쓰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에 어쩌면 영영 걷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의뢰도 꽤 골치 아프겠는데?”
“그럴 것 같군.”
한솔과 긴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차 안. 이번 의뢰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뒷자리에 앉아 폰을 바라보던 준수가 정차한 사이 자신이 보고 있던 화면을 내보였다.
“이걸 이용하자.”
“운동회?”
화면에는 한 초등학교의 홈페이지 속 공지문이 열려 있었다.
운동회 날짜는 앞으로 6일 뒤, 토요일.
“여기 한솔이가 다니는 학교야. 뭐 지금은 병원에 입원해서 못가지만.”
“운동회라.... 그런대 지금 방학아냐?”
“이 학교는 조금 특이하게 여름 방학 중에 운동회를 한다고 하더라고. 방학 때 떨어진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즐기기도 하고, 지금은 어찌 하다보니 같은 기간에 열리는 동네 축제와 연계되어서 하나의 축제의 장으로 이루어지게 됐다더군.”
“특이한 학교네.”
“한솔이랑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앞으로 며칠 뒤 있을 운동회에 나가지 못하는 걸 상당히 아쉬워하더라고. 그래서 이걸 이용하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지.”
“하지만 운동회라고 해서 한솔이를 참가시키긴 힘들지 않을까?”
“가서 그저 구경만 해야 할 수도 있겠지.”
“생각해보라고. 달리기라는 게, 꼭 혼자서 달려야 하는 건 아니잖아? 2인 3각 알지?”
“음?”
“...그렇긴 하군.”
“달리고 싶다. 하지만 혼자서는 못 달린다. 그러면 다른 누군가와 달리면 되는 거지.”
“가끔 바보 같으면서도 어떨 때보면 머리가 좋은 거 같아.”
“사람은 누구나 특별한 부분이 있다곤 하지.”
“놀리는 거냐?”
차 안에서 잠시 장난의 다툼이 있었고, 셋은 내일 학교로 찾아가보기로 결정한 뒤 헤어졌다.
“방학인대도 출근을 하는구나.”
“우리 나라 선생님들 힘드시겠네.”
한솔이 다니는 학교로 들어선 셋은 조심스럽게 교무실 창문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군데군데 비어있긴 했지만 몇몇 선생님들이 학교에 출근하여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선 셋은 일제히 자신들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시선에 어색해하며
가장 가까이 있는 여선생님에게로 향했다.
“저기.. 혹시 5학년 4반 담임 선생님이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무슨 일로 그러시죠?”
“잠깐 여쭤볼게 있어서요.”
어색해하는 셋을 이리저리 바라보던 선생님은 작게 피식 웃고는 의자를 돌려 셋을 바라보았다.
“제가 5학년 4반을 맡고 있는 담임인 나연인 데, 무슨 용건이시죠?”
“에? 아! 그게.”
“저희는 버킷리스트대행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개를 하자면 저는 신류,
이쪽이 하남, 준수죠. 이번에 저희가 이한솔이라는 아이에게 의뢰를 받게 되었습니다. 고민하며
꿈을 이루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며칠 뒤 있을 운동회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되었고,
그곳에서 한솔이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솔이... 건강한가요? 그러고 보니 병문안가고 한 달 째네요.”
“건강합니다.”
신류의 말을 들은 나연은 그에 미소를 짓고는 책상 위에 있던 사탕을 한 움큼 집어 셋에게
내밀었다.
“애들 준다고 언제나 사탕이 많아서요. 이것 말곤 딱히 내드릴게 없네요.”
“하하! 괜찮습니다! 사탕도 맛있죠.”
냉큼 사탕을 받은 준수는 바로 비닐을 뜯어 입에 넣었고, 하남과 준수도 사탕을 입에 넣었다.
“그래서. 어떻게 한솔이의 꿈을 이루어 주시려는 거죠?”
“혹시 운동회 일정표를 볼 수 있을까요?”
신류의 말에 나연은 프린트된 일정표를 그에게 건냈다. 일정표를 훑어보던 신류는 품에서
팬을 꺼내 점심시간 부분에 체크를 했다.
“점심시간에 혹시 다른 일정같은 게 있습니까?”
“아뇨. 딱히 정해진 일정은 없답니다. 다들 밥 먹고 쉬는 시간이죠.”
무언가를 생각하던 신류는 짧은 글 몇 개를 적어서 나연에게 보였다.
-Y동 재활병원 운동회 참가.
-점심시간에 환자들의 달리기 시합
-3인 4각 경기
“점심시간. 저희가 사용하고 싶습니다.”
“음...”
신류가 건낸 쪽지를 바라보던 나연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이리저리 저리를 흔들었다.
“문제가 있다면, 이걸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다른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님들의 의견도 물어봐야하고, 교장선생님과 이사장님, 축제를 담당하는 구청의 허가도
있어야하죠. 병원 측 동의는 당연하거고요.”
힘들 것 같다는 나연의 말에 셋은 아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런 셋을 바라보던 나연은
안쓰러운 듯 자리에 일어나 셋을 셋의 어깨를 두드리곤 말했다.
“그렇다고 설마 포기하는 건 아니죠? 한솔이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불가능한 상황이라도 노력 하셔야죠. 자! 모두 여길 봐주세요!”
나연의 목소리에 교무실에 있던 다른 선생님들의 시선이 쏠렸고,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셋은 당황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에 미소를 지은 나연은 셋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곤 그들의 찾아온 용건을 말했다. 그녀의 말에 선생님들은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었고,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녀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자신들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시선을 느낀 셋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계획을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하며 선생님들을 설득하고자 했다. 처음에는 의아해 하던 이들도
한솔이의 뛰고 싶어 하는 의지를 조금 더 부풀려서 말하자 조금씩 설득되었다.
긴 시간 끝에 선생님들의 설득에 성공한 셋. 마침 출근해계시던 교감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을
설득해보겠다는 말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공할 가능성을 느낀 셋은 승인이 떨어지면 어떤 식으로
이벤트를 진행할지에 대해 운동회를 계획 진행하는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밖에 나갔던 신류가 돌아와 병원 측의 동의를 얻었다는 의견을 가져왔고 잠시 뒤,
교감 선생님이 이사장님과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을 가져오며 계획 구성에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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