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쏠로써 연애관련 글쓰려니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네
판타지 물이 되어버렸다!!
----------------------------------------------------------------------------------------------
곤히 자던 준수는 계속해서 울려대는 벨소리에 짜증을 내며 이리저리 손을 더듬거렸다.
잡히지 않는 휴대폰에 그냥 포기할까 하는 마음을 가지려는 순간, 그의 손에 휴대폰이 닿았고
통화버튼을 누르고 귀로 가져갔다.
“네. 여보세요?”
“준수군...맞나요?”
귀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몽롱한 정신으로 생각하던 준수는 작게 들리는 울음소리와 어제
마주했던 아주머니를 기억하곤 벌떡 일어났다.
“네, 맞습니다. 혹시 경아씨 어머니...?”
“혹시 이곳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그리 말한 어머니는 하나의 주소를 말해주곤 통화를 끊었고, 준수는 멍하니 끊어진 휴대폰
화면을 보다가 주변에 널 부러져 자고 있는 하남과 신류를 깨우곤 대충 옷을 입고 밖으로 향했다.
몽롱한 정신에도 운전석에 앉은 신류는 적정 속도를 지키면서 빠르게 준수가 알려준 주소로
차를 몰았고, 얼마 뒤 보이는 한 건물과 이름에 서로 얼굴을 굳히며 말을 잃었다.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서자 어제 뵀던 경아 어머니가 맞이해주셨고, 그녀의 다른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이들이지만 어머니가 무어라 말해준 듯, 다른 말없이 인사를 하고 내부로 들어섰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 그 뒤로 보이는 하나의 관과 그 곁에 놓인 수많은 하얀
국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선 셋은 절차에 따라 분향과 절을 한 뒤 밖으로 나왔다.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는 그들의 곁으로 경아의 남동생이 다가왔다.
영상을 찍은 다음 날 새벽, 그들이 한창 작업에 열중하고 잠이 들어있을 때 그녀는 조용히
떠나갔다. 너무나 평온하게 잠든 모습 그대로 숨을 멈춘 그녀. 남동생의 말을 듣던 신류가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향했고, 준수와 하남은 남동생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어머니가 내어주신 밥을 기계처럼 조금씩 먹었다. 순간 반대편에 앉아있던 남동생이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섰고, 둘은 무슨 일인가 하고 뒤로 돌아 장례식장으로 들어서는 한 남자를 바라보고
놀라 숟가락을 멈췄다.
그녀가 보여준 사진 속의 남자, 희경의 등장에 둘 말고 놀란 남동생이 조심스럽게 다가갔고,
희경은 가볍게 목례를 하며 인사하곤 분향소로 들어섰다. 여전히 놀라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준수와 하남의 앞에 커다란 포장지를 든 신류가 나타나 그들을 일으킨다.
이전 분홍색으로 포장되어있었는데 어느새 검은 색의 포장지로 바뀌어 있었고, 셋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희경에게 다가갔다. 남동생과 대화를 나누던 희경은 다가오는 셋의 모습에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음. 갑작스럽긴 하지만....”
조심스럽게 준수가 포장된 물품을 건네자 희경은 여전히 의아함을 표하며 망설이며 물품을
받았다. 셋이 건네는 물품이 무엇인지 아는 듯, 남동생은 순간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게 뭐죠?”
“....지금은 떠나간 경아 씨의 마음입니다.”
“...네?”
준수의 말에 희경은 놀란 듯 말하곤 떨리는 눈으로 물품을 바라보았다.
망설이던 그는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제거하고 안의 물품을 꺼냈다. 커다란 종이로 된 앨범.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둔 그는 맨 앞, 표지에 보이는 한 장의 사진을 보곤 몸을 굳혔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남녀의 모습. 그녀가 가장 소중이 여기던 사진을
바로 알아본 그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한차례 매만지곤 심호흡을 하며 한 장을 넘겼다.
첫 장에는 연애 이전의 사진들이 담겨있었다.
OT때의 사진들. 다른 동기들과 단체로 찍었던 사진. 게임을 하는 사진. 장기자랑과 소개.
그때의 추억이 생각하며 넘긴 두 번째 장. 서로의 마음을 모르지만 끌리던 때의 추억.
처음으로 둘만이 보내던 메시지들. 영화관에서 찍은 사진. 영화표...
세 번째 장에는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던 날의 기억들.
그녀를 위해 작성했던 편지와 그녀에게 고백한 곳에서 찍은 사진.
헤어지고 침대 이불 속에서 서로에게 보내던 사랑의 메시지들.
네 번째 장은 그가 군대를 간 뒤의 추억들.
그에게 면회 가던 날들의 버스표들. 함께 찍은 사진들. 계급마다 찍혀있는 그의 다양한 사진들과 언제나 그와 함께 있는 그녀.
다섯 장 이후로는 그 외의 여러 가지 추억이 담긴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함께 공부하고 놀고 여행하던 사진들. 서로를 향해 사랑을 보내던 편지들과 메시지들.
한 장 한 장 소중한 추억을 그리며 넘기던 그는 마지막장을 덮고 말없이 그대로 있었고, 그런
그에게 신류는 봉투 안에 있던 2개의 메모리 카드 중 하나를 꺼내 캠코더에 연결하여 그에게
건넸다.
그가 재생을 누르자 그동안 그녀와 그가 찍은 수많은 영상들이 편집되어 플레이되기 시작했다. 함께 공원에서 나들이하던 때의 추억, 바닷가가 보고 싶다던 그녀를 위해 새벽에 갑작스럽게
가게 된 바닷가의 풍경. 먹거리 여행으로 지나쳐온 수많은 지역과 관광지들. 서로 집중해서
공부하는 장면들과 서로를 보며 말없이 미소 짓는 둘.
짧은 영상이 끝나자 신류가 또 다른 메모리 카드를 건네고, 따로 포장된 메모리를 조심스럽게
뜯은 경희는 캠코더에 메모리 카드를 끼우곤 재생버튼을 눌렀다. 검은 색이였던 화면에 그녀가
나타났다. 한참을 망설이는 그녀의 모습. 결심한 듯 심호흡을 하고 입을 때며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의 눈에서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안녕! 나 기억하지? 유경아라고 하는데.. 같이 보낸 시간이 얼만데 벌써 잊을 리 없겠지!?
아마 보고 있는 너는 많이 당황스럽고 이상한 기분일거야.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나도 이상하기도하고, 지금은 괜찮지만 조금 당황스럽기도 한데....
이렇게 영상으로 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그냥 너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그래.
나 너 좋아한다!? 그것도 엄청 많이! 아마 너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널 좋아해.
너랑 보내온 수많은 시간과 추억들보다도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싶을 정도로 널 사랑해.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해?
처음 보는 사람들에 어색해 하는 나에게 다가와 말 걸어주고,
다른 애들에게 소개해주고 해주면서 날 이끌어주던 너의 모습.
그때 아마 너에 대한 내 마음 속 씨앗이 심어진 게 아닐까?
그 후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공부도 하고...
그러다가 1학기 끝나는 날 너가 고백했을 때.
정말 기뻤어. 너무나도.
이대로 방학이 되면 떨어지게 되고 이제 보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울적했는데,
너가 고백해주다니...
솔직히 먼저 고백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망설이고 있었거든.
너가 고백하고 내가 응하면서 시작된 우리의 연애.
중간 중간 싸우기도 하고 했지만 난 매일매일 행복했어. 너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군대 갔을 때, 여기저기서 나 노리던 애들 많았다?
그렇지만 매일은 아니어도 시간 날 때마다 전화해서 사랑한다 말해주고
부대원들이 써준 롤링페이퍼에 너가 보내던 수많은 편지들...
솔직히 내가 해준 게 아까워서 기다리기도 했지.... 농담이야.
어색해서 그런가?
미리 대본 같은걸 적어뒀으면 좋겠는데 그런 거 없이 하려니 이리저리 횡설수설 하는 거 같네. 그래도 참고 봐. 어쩌면... 마지막일수도 있으니깐.
나 많이 아파. 이걸 보고 너가 나한테 와서 같이 대화할 수 있으면 좋을 탠대.
어쩌면 이게 너에게 보내는 내 마지막 말일수도 있을 것 같아.
그 정도로 아픈 대... 그런 건 별로 못 느끼겠어.
여기가... 심장이 너무 아파서.
너가 보고 싶고, 너가 그립고, 너랑 대화를 하고 싶어서 너랑 함께 할 수 없어서
여기가 너무 아프거든. 참고 참아도 계속 아파와.
나 아플 때면 언제나 너가 와서 나 간호해주고 했는데.
지금 너가 없으니깐 더 아픈 거 같아.
조금만 용기내면, 조금만 망설임을 버리면 너가 나에게 올 수 있을지 모르는데.
왜 난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걸까? 왜 망설이기만 하는 걸까?
이렇게 널 보고 싶어 하고 사랑하는데...
미안해.
너에게 언제나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적어도 헤어질 때는 밝은 모습으로 보내고 싶었는데.
그렇게 매정하고 바보같이 떠나오고, 지금 이렇게 눈물 흘리는 모습만 보여줘서.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지금이 아니면 너에게 이 말을 못하겠지? 난 알거 같아.
그러니깐 후회하지 않을 만큼만 할게.
지겹고 귀찮아도,
내가 밉고 싫어도 들어줬으면 좋겠어.
사랑해.
너를 많이. 너무 많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영상은 그 뒤로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녀의 사랑해라는 목소리만이 들려왔지만, 영상만을 바라보는 남자.
그의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어느새 그의 곁에 다가온 다른 이들도
말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귀는 하나의 단어에 집중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수많은, 하지만 하나의 단어를.
영상에 집중한 그를 바라보던 셋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급하게
나오느라 못 봤던 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채워져 어두웠지만 비를 내리지 않고 있었다.
“마치...”
“음?”
“그들이 흘리는 눈물이 많아서 하늘에서 내릴 눈물이 없는 거 같군.”
씁쓸하게 말하며 차로 향하는 신류에 하남과 준수는 뒤를 바라보았다.
멀리 문틈으로 아직도 많은 이들이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의 눈에서는 마치 비가 내리 듯
수많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창작 > 연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킷리스트 대행] Chapter 4. 달리기 소망 (2) (0) | 2016.06.02 |
---|---|
[버킷리스트 대행] Chapter 4. 달리기 소망 (1) (0) | 2016.05.26 |
[버킷리스트 대행] Chapter 3. 그녀 그리고 그(1) (0) | 2016.05.15 |
[버킷리스트 대행] Chapter 2. 놀이공원과 소년(2) (0) | 2016.05.09 |
[버킷리스트 대행] Chapter 2. 놀이공원과 소년(1) (0) | 2016.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