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네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건
그저 쭉 앞으로 직진만 할 수 있는 고속도로 일거야.
그리고 너의 손에는 목적지가 없는 내비게이션이 들려있겠지.
어린 너는 그걸 조작하는 법도 모르고...
아니 무엇을 어떤 물건인지 조차 모르지.
그저 손에 들려있으니깐 들고 있고.
가끔 뭔가 그림이 보이면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고.
그렇게 고속도로를 한발자국씩 걸으면서
점점 나이를 먹고 하나둘 배우다보면
내비게이션에 이런저런 것들이 보일거야.
하지만 그것은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아.
왜냐하면 내비게이션은 목적지를 입력해야 하는 물건이고
목적지가 입력되지 않았다면 쓸모가 없으니깐.
조금 더 나이를 먹고 꿈을 가지게 되었을 때.
너는 내비게이션을 하나둘 건드리게 되겠지.
이곳을 입력했다가 너무나 먼 거리에 포기하고.
저곳을 입력했다가 수많은 장애물에 포기하고.
어떨 때는 목적지로 향하다 뭔지 모를 표지판을 마주하여 포기하고.
어떤 경우에는 너의 앞을 가로막는 큰 사고에 포기하겠지.
그렇게 구불구불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걷고 있던 네가 자전거를 타고 오토바이를 타고
낡았지만 애착이 가는 차를 타고 달리고 있을 거야.
뭐... 가끔 고장이 나서 속을 썩이겠지만...
혼자 타고 있던 차에 가족들이 타고 있기도 하고
너랑 친하거나 불편한 친구가 타고 있기도 하겠지.
물론,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타고 있을 수도...
아 모태솔로? 흠흠....
휴게소에 들려서 걸어온 도로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가끔 졸음 쉼터에 멈춰서 과열된 엔진과 피곤한 몸을 회복하기도 하겠지.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내비게이션이 멈춰있고 목적지에 도착해있을 거야.
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좋은 여행이야!
라는 생각을 할까?
그곳이 내가 생각하던 목적지일까?
그건 그때 가서 알 수 있겠지만....
어쩌면 후회할지도 몰라.
나는 주어진 길만 달려왔구나.
나는 정해진 길만 달려왔구나.
내비게이션을 따라서 왔다고 해서
그 길이 그리고 그 끝이 네가 원한건지는 알 수 없는 거니깐.
후회를 할지도 모르는 거니깐.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내비게이션을 잠시 꺼두고
지금까지 내가 달려온 고속도로를 벗어났다면
고속도로를 달리며 보아온 울창한 숲이라거나
푸른 바다의 해안가를 달렸었다면
나는 어떤 곳에 도착해있을까?
뭔 개똥같은 이야기를 하냐는 표정이군.
안전한 길로 가는 게 좋은건데.
하하. 뭐, 그냥 신세 한탄하는 바보구나하고 봐줘.
이런 말을 하고 있지만...
네가 내 말을 듣고 도로를 벗어날 생각을 한다면
나는 그 생각을 말리고 싶어.
왜냐하면 도로 밖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니깐.
울창한 숲에서 맛난 과일을 얻을 수도 있지만
숲에 숨어있던 맹수를 마주할 수도 있고
푸른 바다를 보러 해안가로 다가갔다가
갑작스러운 기후변화로 태풍이 불어 닥칠 수 있으니깐.
아니면 너의 근사한 차를 노리는 강도를 만날 수도 있고?
그래도 가겠다면.... 말릴 수 없겠지?
왜냐하면 그건 너의 선택이고
그 순간부터 네가 가는 길이 너 자신의 길인거니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네.
어디보자... 너는 아직 가야할 길이.. 꽤나 멀구나?
괜히 잡아둔 거 같아서 미안하네.
그런 김에 내가 축복을 내려줄게!
너의 길에 언제나 행운이 함께하길.
너의 길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너의 길의 끝에 진정으로 바라던 것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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