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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 중간 쉬기도 하면서 다양한 놀이기구를 경험했다. 수많은 종류의 기구를 경험하고 나머지 줄이 길거나 별로 흥미가 없는 것들은 피하다 보니 더 이상 경험할만한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그들은 놀이공원과 연결된 식물원과 동물원을 발견하고 그리로 향한다

  생전 처음 보는 식물들로 이루어진 화원과 숲처럼 꾸민 내부를 돌아다니고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던 동물들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며 저녁이 되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힘을 다 쓴 셋은 입구 근처에 놓인 벤치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지?”

  “그냥 신나게 놀기만 한 거 같군.”

  “좋아. 이정도면 되겠는데?”

  걱정하는 신류, 하남과 달리 웃으며 무언가를 바라보는 준수의 모습에 둘은 궁금증을 가지며 

그가 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동안 자신들이 타고 본 것들이 담긴 영상들과 수많은 사진들

이를 보며 미소 짓던 준수는 둘을 바라보며 웃어보였고, 둘은 궁금증이 담긴 얼굴을 하였다.

  “추억거리 남기려고?”

  “후후. 이게 바로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줄 거라고.”

  “이걸로?”

  “그래! 너희들은 몰랐겠지만,”

  준수는 다른 폴더로 이동하며 한 장의 사진을 열었다. 몰래 찍은 듯 화질은 좋지 않았지만 

신청자, 창훈이의 얼굴이 담긴 사진. 사진을 열어 얼굴 부분만을 복사한 준수는 자신들의 

사진으로 얼굴을 복사하였고 다른 사진에서 누군지 모를 어린아이의 신체를 가져와 붙이고 

이리저리 편집을 하곤 사진을 다시 펼쳤다.

  살짝 어색하긴 하지만 마치 함께 온 듯 서로 웃으며 놀이 공원을 돌아다니는 사진.

  준수의 행동에 그의 생각을 알아챈 듯 둘은 놀란 눈으로 준수를 바라보았다.

  “뭐야, 그럼 그냥 즐기는 게 아니었던 거야?”

  “이미 생각해둔 게 있었던 거군.”

  “하하! 내가 누구냐? 이준수라고! 해결책은 이미 내 머릿속에 있었지.”

  자신만만하게 말한 준수는 그 뒤로 여러 사진에 창훈이의 얼굴을 복사하여 다양한 사진을 

만들어나갔고, 어느 정도 완료되자 이런저런 글을 쓰고 하면서 꾸미기까지 했다. 한편에서 영상을 확인하던 하남은 준수와 신류를 둘러보며 말했다.

  “영상은 새로 찍는 게 어때?”

  “새로?”

  “그래, 지금 촬영된 건 우리들끼리 그냥 즐기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적어도 중간 중간 창훈이가 같이 온 것처럼 연기를 하는 거지.”

  “나쁘지 않은 대. 어색할 거 같은데?”

  “어색하면 어때? 사진도 좋지만, 같이 온 것 같은, 영상으로 본다면 색다른 추억이 되지 

않겠어?”

  “....그래, 해보자!”

  서로 합의 본 셋은 지금까지 찍은 영상 중 필요하다 생각되는 부분을 찾아내어 영상 속 장소로 가서 마치 창훈이가 있는 듯 비어있는 공간을 낸 뒤 그에게 같이 온 듯 말을 걸며 연기를 했다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그들을 이상하게 보고 이에 부끄럼을 느꼈지만 그들은 최대한 철판을 깐 채 영상을 찍어 나갔다.

  영상 쪽으로는 능력이 없기에 이 부분은 하남이가 맞아서 편집을 하기로 했고, 신류는 준수가 

제작하는 사진들을 프린트하여 앨범으로 제작하였다.

 

 

  "이거 바로 쫓겨나면 어떻게 하지?“

  “걱정은 나중에. 일단 부딪혀 보자고.”

  창훈이의 집 앞. 이전의 쫓겨난 기억에 망설이는 하남과 달리 준수는 당당한 걸음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이전과 같이 반응 없는 문에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리자 살짝 문이 열리며 창훈이 어머니 얼굴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저희 기억하시죠?”

  “...이번엔 또 무슨 일이시죠? 창훈이는 절대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 겁니다.”

  “아하하. 창훈이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어서요.”

  준수의 말에 잠시 그를 바라보던 어머니는 문을 닫았고 철컥하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집안으로 들어선 셋은 여전히 누워서 오른손으로 폰을 만지작거리는 창훈이를 발견한다. 그들을

알아본 듯, 창훈이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셋도 같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인사하곤 창훈이의 

곁에 앉았다.

  “잘 지냈어? 오늘 우리가 창훈이에게 선물을 주려고 다시 왔단다.”

  전처럼 밝게 웃으며 하남이가 창훈이에게 인사를 했고, 선물이라는 말에 창훈이의 미소가 더욱 밝아지는 듯 했다. 신류가 가방에서 커다란 사진첩을 꺼내 펼치자 창훈이는 신기한 듯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창훈이를 따라 사진을 바라보던 어머니는 사진 속 웃고 있는 창훈이의 모습을 발견하곤 놀란 

눈을 해보였다.

  “! 신기하지?”

  하남의 말에 창훈이는 신기해하며 고개를 마구 끄떡였고, 이에 기쁜 듯 하남은 한 장 한 장 

앨범을 넘기며 다양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놀이공원에 들어서는 사진,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

다양한 놀이기구를 타고 같이 밥도 먹고 하는 다양한 사진들.

  마치 같이 돌아다니고 노는 듯한 사진에 어느새 창훈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고

어머니는 고개를 돌린 채 눈물을 닦고 계셨다. 앨범의 마지막장까지 확인한 하남은 말없이 USB를 꺼내 창훈이의 폰과 연결하였고, 내부의 파일 중 하나를 열어 재생했다.

  “창훈아 이번엔 어떤 거 탈까?”

  “저거타자! 저거 재밌어 보여!”

  “! 네가 재밌는 거 타자고 온건 줄 알아?”

  “적당히 싸우지. 창훈이가 보고 있다.”

  어색한 모습. 어색한 얼굴. 어색한 행동. 셋 모두 어색하기만한 연기를 펼치고 있었고 준수와 하남의 사이에 걸어다니는 그래픽으로 제작된 인간 형태의 무언가. 하남이 신경 써서 제작했지만 주변과는 다르고 어색하기만 한 창훈이의 모습이였다. 

  모든 것이 어색하기만한 영상

  그저 고개를 끄떡일 뿐인 로봇과 같은 움직임.

  그의 옆에서 걸으며 어색한 연기를 펼치는 이들.

  하지만 이를 보는 창훈이의 입가에는 어느 때 보다 밝은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말없이 영상을 보는 창훈이의 모습에 하남은 어느새 흐른 눈물을 닦아내곤 조심스럽게 

일어섰고, 준수와 신류도 조심스럽게 일어서 현관으로 향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아유, 이러지 않으셔도 되요.”

  “맞아요. 저희도 좋아서 한 건대요, .”

  어느새 따라온 어머니가 셋을 향해 인사하며 감사를 표했고, 준수와 하남은 별거 아니란 듯 

손사래를 치며 인사했다. 신류는 주머니에서 봉투하나를 꺼내 어머니에게 건냈다.

  “언제든 원하시는 날에 방문하시면 이용가능한 입장권입니다. 어떤 놀이기구 든 이용할 수 

있으니, 얼마 뒤면 건강해질 창훈이와 함께 같이 가시면 됩니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가고 싶어서 바로 일어날 거예요!”  

  “창훈이 꼭 건강해질 태니 걱정 말고 힘내세요!”

  횡설수설하듯 말을 마친 셋은 다시 인사하려는 어머니를 못 본 채 빠르게 집을 나섰다

한참을 달려 골목을 벗어난 셋은 잠시 골목길을 바라보다가 서로를 향해 웃어보이곤 걸어갔다.

  “후아... 첫 번째 의뢰 완료인가?”

  “나쁘지 않군.”

  “덕분에 실력도 오른 거 같은데? 영상 편집이랑 인간 형태의 오브젝트 제작 이용해서 

합성하는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난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에. 으으...”

  “신류는 연기 꽤 잘하던 대?”

  “얘는 원래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니깐 그런 거지!”

  “다음 의뢰는 어떤 의뢰일지 궁금하군.”

  놀이공원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기분의 노을을 바라보며 셋은 다음은 어떤 의뢰가 다가올지 기대하며 하루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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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pols 2016. 5. 9. 16:27